1점 승부에 울고 웃는 불펜 투수들의 등판은 늘 심장을 조여오는 긴장감 속에 이뤄진다.
주자라도 나가면 그 울림은 더 커진다. 상대는 빠른 대주자를 내세워 압박을 하기도 한다. 도루를 내주게 되면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단박에 주자가 득점권으로 진루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한 방이면 동점 혹은 역전'이라는 압박감은 보는 이들까지 가슴 떨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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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투하고 있는 정철원. 사진=김영구 기자 |
주인공은 두산 필승맨 정철원(23)이다.
정철원은 올 시즌 38경기에 등판해 3승2패1세이브13홀드 평균 자책점 3.19를 기록하며 무너진 두산 불펜의 확실한 '믿을맨'으로 자리 잡았다.
정철원의 진짜 장점은 드러난 기록으로는 찾아내기 어렵다. 정철원은 주자를 베이스에 묶어 놓는 특별한 장점을 갖고 있는 선수다.
그가 마운드에 서 있으면 상대 팀은 아예 뛸 생각을 접어 놓는다. 발 야구로 정철원을 흔들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그만큼 빼어난 주자 견제 능력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정철원이 마운드에 서 있을 때 도루를 허용한 것은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롯데가 대주자를 써 한 번 도루를 시도해 성공했다. 그래서인지 정철원의 팀 별 평균 자책점에서도 롯데는 9.00으로 좋지 못하다.
그러나 나머지 8개 팀은 아예 도루 시도 자체를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정철원이 그만큼 주자를 잘 묶어 놓았음을 뜻한다.
도루 허용의 절반 이상은 투수의 책임이라고 한다. 투수가 주자에게 도루 타이밍을 뺏기면 포수가 아무리 좋은 송구를 해도 주자를 잡아내기 어렵다. 투수의 주자 묶는 능력이 중요한 이유다.
많은 투수들이 이 부분에서 약점을 갖고 있다. 보다 강하고 정교한 공을 던지려는 노력은 많이 하지만 잘 티가 나지 않는 주자 견제 능력 등은 잘 신경쓰지 않기 때문이다.
티가 확실하게 나지 않는 주자 견제 능력은 지루하고 고단한 반복 훈련을 통해 얻어진다. 투수들이 이 훈련을 등한 시 하는 이유다. 그 시간에 공 하나를 더 던져 위력을 끌어 올리는데 중점을 둔다.
그러나 투수의 주자 견제 능력은 대단히 중요한 대목이다. 상대는 아웃 카운트(번트)을 희생하고라도 주자의 진루를 시도하곤 한다. 도루는 아무 소득 없이 상대에게 득점권 찬스를 선물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두산 주전 포수 박세혁의 도루 저지율이 0.250으로 좋은 편은 아니라는 점에서 정철원의 가치는 더욱 높다고 할 수 있다.
배영수 두산 불펜 코치는 "정철원은 좋은 구위를 갖고 있는 투수이기도 하지만 빼어난 주자 견제 능력을 갖고 있는 투수이기도 하다. 주자를 워낙 잘 묶어 놓기 때문에 주자가 나가도 편하게 볼 수 있다. 투수로서 기본기가 대단히 잘 돼 있는 선수라 할 수 있다. 다른 투수들은 귀찮아서 신경 쓰지 않는 대목까지 집요하게 파고 든 결과다. 좋은 견제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투수 본인이 편하게 투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 가르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투수들에게 아무리 강조해도 잘 안 되는 부분인데 정철원은 스스로 더 많이 노력하며 주자 견제 능력을 향상 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만 잘 던지는 선수는 진정한 '투수'라고 하기 어렵다. 진정한 '투수'가 되려면 주자 견제, 수비 능력까지 완벽하게 갖춰져야 한다. 어느 한 가지라도 빠지면 진정한 '투수'라고 하기 어렵다.
그런 관
앞으로도 정철원은 빼어난 주자 견제 능력으로 도루 허용을 최소화 할 것이다. 주자가 있는 상태에서 정철원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지켜보는 것도 대단히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