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무너지자 ‘맏형’ 이대호(40)의 마지막 불꽃도 점점 꺼지고 있다.
롯데는 올해 ‘봄데’의 정석 루트를 밟고 있다. 시범경기 1위, 정규시즌 4월 2위 등 봄에 막강한 힘을 과시하다 5월 중순부터 현재까지 반등 없이 추락하고 있다.
롯데는 100경기를 치른 현재 41승 4무 55패로 8위에 머물러 있다. DJ 피터스를 잭 렉스로 교체했고 글렌 스파크맨 대신 옛정이 가득한 댄 스트레일리를 데려오는 등 여러 변화를 주고 있지만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 롯데 역사상 최고 타자의 꿈은 이대로 사라지게 될까. 사진=김재현 기자 |
후반기 15경기 동안 123실점을 했다. 이 과정에서 NC 다이노스 닉 마티니에게 그라운드 만루 홈런을 허용했다. 매우 보기 힘든 치욕의 기록이다. 여기에 허술한 수비, 코로나19 이슈 등 악재만 가득하다. 주요 전력이 없어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는 건 변명일 뿐, 그전에도 좋았던 건 4월과 5월 초가 전부다.
후반기 대반전을 꾀했던 롯데의 추락에 그나마 맹타를 휘두르며 팀을 이끌었던 이대호조차 부진의 늪에 빠졌다. 전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이정후(키움)와 호세 피렐라(삼성) 등을 제치고 KBO리그 최고 타자로 우뚝 선 그는 후반기 들어 지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이대호는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목표를 정했다. 최근에는 플레이오프로 목표를 수정했지만 그마저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사진=김영구 기자 |
이대호의 후반기 부진을 누가 탓할 수 있을까. 보는 이조차 힘겨울 정도로 롯데의 경기력은 좋지 않았고 그 안에서도 제 몫을 해낸 몇 안 되는 선수가 바로 이대호였다. 올해를 끝으로 은퇴하는 노장이 이 정도의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는 건 그만큼 젊은 선수들이 따라오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은퇴를 앞둔 선수, 특히 은퇴 투어를 한 선수가 개인 성적과 팀 성적을 모두 챙긴 사례는 많지 않다. 이승엽은 은퇴 전 마지막 경기에서 연타석 홈런을 때릴 정도로 분전했지만 삼성은 9위였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치퍼 존스와 데이비드 오티즈를 제외하면 마리아노 리베라와 데릭 지터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분야를 농구로 바꿔보면 김주성이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다. 야구의 마무리 투수처럼 4쿼터 한정 수비형 빅맨으로서 팀을 정규리그 1위, 플레이오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현시점에서 이대호 역시 이승엽과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다.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를 겨냥하던 롯데는 이제 NC의 등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는 삼성에 쫓기는 신세다.
올해는 한국시리즈, 목표 수정으로 플레이오프에서 은퇴하고 싶다던 이대호의 바람은 점점 현실이 아닌 꿈이 되어가고 있다. 롯데 역사상 최고 타자의 꿈은 이대로 사라지게 되는 것일까. 현재로서는 암울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