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G 욕심은 당연히 있죠. 하지만 그걸 좇아가다 보면 나 자신에게 쫓길 것 같아요.”
SSG 랜더스의 주전 유격수 박성한(25)이 또 화가 났다. 결승타를 치고도 자신의 활약에 만족할 수 없었기 때문. 세간의 관심사인 생애 첫 유격수 골드글러브에 대해서도 ‘욕심은 있지만, 오늘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SSG는 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2022 프로야구 정규시즌 경기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6-5, 1점차로 승리했다. 이로써 주중 시리즈 2승 1패를 거둔 SSG는 시즌 65승 3무 29패로 1위를 굳건히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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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고척 키움전에서 8회 동점타와 연장 10회 결승타를 치고도 박성한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오히려 어두운 쪽에 가까웠다. 승리는 기쁘지만 그 자신의 활약과 타격 내용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진(고척 서울)=김원익 기자 |
하지만 경기 종료 후 만난 박성한의 표정은 예상보다 훨씬 경직 돼 있었다. 결과를 만든 타석들의 결과보다는 이전까지의 부진이나 과정에서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
승리 소감을 묻자 박성한은 “타격이 뜻 대로 잘 안 돼서 걱정도 되고 그랬었는데 기회에서 결과가 좋게 나왔고, 그나마 그게 팀 승리로 연결돼서 개인적으론 아쉽지만 그래도 팀이 이겨서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8회 이전까지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다. 그랬기에 박성한은 “그 앞까지 결과가 다 안 좋고 뜻대로 잘 안 나와서 그냥 못해도 노리는 걸 ‘자신 있게 치고 죽자’라는 생각으로 초구부터 덤볐는데 결과가 좋게 나온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승타 상황에 대해서 박성한은 “무사 1,3루에서 전진 수비를 하지 않고 있길래 땅볼이라도 쳐서 1타점을 올리자는 게 우선적인 생각이었다”면서도 “이게 타점이 됐고 승리로 연결됐지만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쉬운 그런 타석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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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상심에 대한 욕심으로 똘똘 뭉쳐진 박성한이지만 정작 개인 타이틀이나 수상에는 큰 욕심이 없다. 좋은 시즌을 치르면 당연히 따라 올 결과라고 믿기 때문이다. 사진=김재현 기자 |
박성한은 “생각했던 그 방향성대로 칠려고 했는데 사람의 마음이란 게 조금 망설이게 되더라”며 “안 좋은 공을 쳤을 때 괜히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까봐 걱정하면서 타격을 했다. 그래서 더 아쉽다”며 못내 좋은 타구를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 아쉬움에 대해 박성한은 “팀이 이겨서 너무 좋은데 그냥 개인적으로이번 고척 3연전 내용이 많이 아쉬워서 더 그런 것 같다”며 앞선 2경기 무안타에 그쳤던 자신에 대해 화가나고 답답했던 마음을 전했다.
최지훈과 박성한의 야구 욕심은 SSG 선수단 내부에서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최고다. 아무리 활약해도 좀처럼 만족하지 않고, 늘 개선점을 먼저 떠올리는 두 사람. 올 시즌 결과를 내고도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화를 내는 모습을 자주 봐왔다. 결국 박성한이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도 좀처럼 아쉬운 감정을 지우지 못했던 건 결국 활약에 대한 기준점 자체가 워낙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SSG는 이런 욕심 많은 박성한의 활약 덕분에 올 시즌 1위로 순항 중이다. 좀처럼 루징시리즈 없이 매 시리즈를 가져가면서 2~3위 그룹과는 8경기 차, 5위와는 17경기까지 압도적으로 경기 차이를 벌렸다.
연장으로 흘러가든, 접전이 펼쳐지든 간에 어쨌든 ‘야구는 SSG가 이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박성한은 “오늘(4일)도 솔직히 되게 힘들었던 경기였는데 선배님들이랑 팀원들이 끝까지 포기 하지 않고 매 순간 집중해서 어떻게든 1점만 내려고 하는 모습, 그게 결과로 잘 따라와서 힘들더라도 계속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특별히 그 의지를 말로 표현하거나 외부에 표출하지 않아도 다들 안다는 게 박성한의 전한 현재 SSG의 분위기다.
박성한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개인이 다 알아서 잘 하고 있고, 선배들이 잘 이끌어주고 있고 그걸 보고 우리들이 따라 가고 있어서 딱히 (특별한 리마인드가 없어도) 다들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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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KBO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로 성장했지만, 아직 선배들과 훌륭한 선수들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는 박성한이다. 사진=김재현 기자 |
전반기까진 박성한이 독보적으로 앞서고 있었는데, 오지환이 최근 들어 연일 장타를 터뜨리며 박성한을 바짝 추격했다. 수비 관련 지표(WAAwithADJ)도 뒤쳐져 있었던 오지환이 박성한에 다시 앞서가기 시작했다.
나란히 생애 첫 유격수 골든글러브 수상을 노리는 박성한과 오지환의 황금장갑 경쟁은 시즌 끝까지 펼쳐질 전망. 앞서 오지환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경쟁 후보이자 후배인 박성한에 대해 “나보다 더 높은 레벨의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오지환의 언급에 박성한은 “비교가 되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수비 부문에선 아직도 오지환 선배가 더 잘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내가 가지지 못한 기술, 테크닉 같은 것이 워낙 뛰어나서 본받을 것도 많다”며 유격수 오지환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타자로서의 비교에 대해선 “가지고 있는 성향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는 서로 계속 꾸준하게 잘하면 될 것 같다”면서 “(경쟁자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되게 기분 좋고 뿌듯하고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면 박성한은 생애 첫 GG, 그것도 황금장갑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유격수 골든글러브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박성한은 “욕심이 없다기보단, 누구나 다 욕심은 있고 다 받고 싶겠지만 그걸 신경 쓰고 좇게 되면 내가 자신한테 쫓길 것 같아서 크게 신경 안 쓰고 경기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기에 큰 목표를 세우기 보단 좋은 성적을 유지하면서 무사히 완주하는 게 지금 박성한의 바람이다. 박성한은 “목표치는 생각 하지 않고, 체력이 떨어지지 않게 관리를 잘 하고 지금 타율을 유지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면서도 “그게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향상심에 대한 욕심은 늘 가득하지만, 반대로 개인 타이틀이나 영광에 대해선 크게 관심이 없는 선수. 그게 지금 리그 최고의 유격수 박성한을 만들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고척(서울)=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