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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KIA의 선발투수 토마스 파노니는 구위면에선 그렇게 위력적인 투수라고 보기엔 힘들 것 같다. 이전 기록이나 오늘 내용을 봤을 때 거의 포심패스트볼, 컷패스트볼, 커브 위주의 투구를 했다.
무엇보다 제구력, 특히 커터의 제구력이 상당히 좋았기 때문에 대량 실점 없이 완벽하게 투구한 것 같다. 오늘 역시 체인지업을 조금씩 섞어서 던지는 모습을 봤다. 다만 체인지업은 날카롭지 않았다.
횡으로 휘거나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로 타이밍을 뺏을 수 있는 공이 있다면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지금의 좋은 제구력으로 타자들이 상대하기 어려운 투구를 할 수 있어 보인다. 오늘 파노니의 6이닝 5피안타 1사사구 6탈삼진 2실점 투구는 ‘제구력의 승리’로 칭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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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 타이거즈 토마스 파노니는 구위가 위력적인 투수는 아니다. 다만 변화구가 더 추가된다면 좋은 제구력을 바탕으로 까다로운 투구를 할 수 있어 보인다. 사진=천정환 기자 |
한화의 선발투수 남지민은 5이닝 2실점을 기록했는데, 최근 투구를 계속 지켜보니 조금씩 경험이 쌓이면서 자신의 공을 던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승리는 올리지 못했지만 계속 내용은 좋아지고 있다. 2실점을 했지만 나름대로 좋은 투구를 했다고 본다.
아쉬운 건 변화구 가운데 커브의 각도나 변화가 다소 밋밋한 감이 있다. 3일 경기 역시 투낫싱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커브를 던져서 안타를 맞는 상황도 있었다. 커브는 구속 자체가 느리기 때문에 확실한 볼이 아니면 카운트를 잡는 볼로 써야 한다. 아직까진 그런 면에서 볼배합이나 구종 선택에 대해 더 경험을 쌓을 필요도 있어 보인다.
또 남지민은 속구를 던질 때 역시 한 번씩 아쉬운 모습들이 보인다. 팔의 쓰로잉 동작이 조금 더 회초리처럼 부드럽게 때려줘야 하는데, 순간적으로 팔꿈치보다 손이 먼저 나와서 덮히는 경향이 있다. 그런 상황에선 공 끝의 움직임이 덜하다. 몸에 힘을 빼고 탄력 있게 던지는 매커니즘을 조금 더 터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렇게 된다면 변화구 역시 더 날카롭게 떨어질 수 있다. 현재 150km의 속구를 던지는 투수지만 ‘회초리 같은’ 탄력 있는 투구 스윙 매커니즘을 갖게 된다면 똑같은 구속보다 더 공의 회전수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임팩트 순간에만 힘을 더 줄 수 있는 그런 부분을 더 연습한다면 전체적인 결과도 더 좋아질 수 있다.
추가로 남지민의 경우 이날 실점 상황에서 불필요한 견제로 빌미를 제공했다. 주자가 빠르더라도 중심타선에 걸려 있어서 함부로 뛰지 않을 상황이었고 리드 폭도 굉장히 적었다. 그럴 때 견제는 의미가 없다. 견제 보단 타자를 제대로 상대하는 편이 나았다. 남지민의 경우 이런 상황이 많은데 ‘견제는 견제’로만 사용하는 편이 낫다고 충고해주고 싶다. 견제로 주자를 잡아내려 욕심내기 보단 타자에 더 집중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
김범수의 경우 3일 경기처럼만 공격적으로 들어가면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간다면, 공에 힘이 있는 선수라 좋은 투구를 할 수 있다. 나성범이 삼진을 당했다는 게 그 방증이다. 김범수의 경우에도 자신이 무엇이 부족한 선수인지를 확실히 인지했으면 한다.
그걸 통해 공격적으로 투구하고, 조금 더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어진다면 우리 팀 입장에선 안정감이 들 수 있고, 상대 입장에선 불안해질 수 있다. 늘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 때문에 불안해하는 것이 아닌, 김범수의 투구엔 그런 믿음과 일관성이 가장 필요하다. 제구력에 고민한지가 벌써 4~5년인데 이제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발전해서 각성할 필요가 있다. 이어 나온 김종수 역시 마찬가지다. 3일 내용은 상당히 좋았다. 한화는 이런 부분이 조금씩 개선돼야 만 투수진의 결정적으로 크게 좋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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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호솔을 비롯한 한화의 재능 있는 젊은 투수들은 변화와 각성이 절실해 보인다. 사진=김재현 기자 |
3일 경기에서도 윤호솔의 구속은 148~149km가 나왔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직구는 제구가 되지 않는데다, 제대로 된 변화구 하나 없이 타자를 상대로 이기려는 것은 운에 맡기는 결과이지 실력으로 야구를 하는 게 아니다.
김범수, 김종수, 윤호솔 모두 마찬가지다. 이제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투수들도 있고 여전히 멈춰 있는 투수도 있다. 매년 조금씩이라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게 없다면 결국엔 ‘진정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화의 새로운 마무리 투수 강재민을 봐도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2020, 2021년 프로 1,2년차 당시 강재민은 사실상 직구와 슬라이더만을 던지는 투피치 투수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나름대로 준수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올해는 내용적으로 고전하고 있는데, 경기 모습들을 보니 새로운 구종인 체인지업을 던지고 있더라. 안타를 맞고 실점을 하더라도, 그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강재민이 준비를 했다는 뜻이다. 그게 좋은 선수고,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 방법이다.
(전 한화 이글스 투수 코치)[ⓒ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