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교 야구가 좌완 투수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수준급 좌완 투수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150km에 육박하는 광속구를 던질 수 있는 투수들은 모두 오른손 투수에 몰려 있다.
좌완 투수들은 140km를 넘길 수 있는 투수들을 찾기도 힘든 상황이다. 스카우트 현장에선 "드래프트에서 좌완은 140km만 넘으면 무조건 뽑아야 할 판"이라는 한숨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 |
↑ 고교 야구 좌완 투수 랭킹 1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윤영철. 문제는 윤영철 외엔 쓸만한 좌완 투수가 사라졌다는 데 있다. 사진=베이스볼 코리아 제공 |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A는 "매년 수준급 좌완 투수들이 여럿 눈에 띄었던 한국 고교 아구다. 하지만 올 시즌엔 좋은 좌완 투수가 씨가 말랐다. 운영철을 제외하곤 눈에 띄는 선수가 없다. 구조적 문제인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따져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유독 좌완 투수가 부족해진 것은 무슨 원인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대 스카우트들의 계산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야 선수를 뽑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국내 스카우트들은 그 중에서도 옥석을 가려야 한다. 프로 입문 후 대박이 터질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좌완 투수 부재에 한숨을 쉬면서도 경계는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A팀 스카우트 팀장은 "제대로 기본기가 갖춰 진 좌완 투수를 찾기가 대단히 힘들다. 일단 140km가 넘거나 체격 조건이 좋은 투수들 위주로 리스트업을 하고 있다. 좌완 투수를 아주 뽑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몇 몇 이름이 언급되는 선수들이 있기는 하지만 즉시 전력감으로 쓸 수 있는 투수는 윤영철 하나라고 보면 된다. 나머지 선수들은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시간을 들인다고 해서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할 만한 투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미래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중에서도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주목하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B팀 스카우트는 "솔직히 이번 드래프트서 좌완 투수는 요행을 바라고 뽑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가치로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투수가 없다. 일단 뽑아 놓고 결과를 지켜봐야 할 선수들이 대부분이라고 봐야 한다. 입단 이후 빠르게 성장해 대박을 쳐 주길 기대하는 수 밖에 없다. 아니면 쪽박이 될 수 밖에 없다. 왜 갑지기 이렇게 쓸 만한 좌완 투수가 없어졌는지 의문 스럽다. 문제는 1,2학년에도 좋은 좌완 투수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으로 몇년 간은 투수 부문에서 우투수 편향이 심해질 수 밖에 없을 듯 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올 해는 재목이 안 보인다"고 퉁 치고 지나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좌완 투수 부재가 구조적인 문제일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