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4번 타자 노시환(22)은 참 잘 치는 타자다.
부상으로 한 달 넘게 공백이 있었지만 지난 22일 복귀해 3경기서 6안타를 몰아쳤다.
시즌 타율도 0.309로 수준급이다. 한화가 거듭된 패배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노시환의 성장이다.
![]() |
↑ 노시환은 높은 타율과 출루율로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한화에도 거포가 필요하다. 그 갈증을 씻기 위해선 노시환의 장타력이 필요하다. 사진=MK스포츠 DB |
노시환이 진정 바른 길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노시환은 올 시즌 출루율이 0.405나 된다. 거포형 선수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볼넷을 얻어 내는 능력이 상당하다. 볼넷 33개를 얻는 동안 삼진 47개를 당했다. 꽤 인상적인 수준의 볼넷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장타력은 기대를 밑돈다. 노시환의 올 시즌 장타율은 0.430에 불과하다. 홈런을 4개 밖에 치지 못했다. '붙박이 4번 타자'라는 칭호에 어울리지 않는 기록이다.
한화엔 출루형 선수들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정은원이다. 정은원은 지난 해 100개 이상의 볼넷을 얻어내며 출루에 강한 선수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줬다.
포수 최재훈도 포지션에 어울리지 않게 출루율이 더 높은 선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기에 노시환까지 가세하는 느낌이다.
물론 많이 나갈 수록 들어 올 확률도 높아진다. 출루율이 높은 것이 잘못 됐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누군가 나가면 누군가는 불러 들여야 한다. 주자들이 아무리 많이 쌓여도 불러 들이지 못하면 소용 없는 노릇이다.
특히 한화는 외국인 타자까지 출루형이다. 외국인 타자인 터크먼의 출루율도 0.356으로 나쁘지 않은 편이다. 타율 0.285를 감안하면 더 인상적인 출루율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터크먼의 득점권 타율은 0.231에 불과하다. 그도 출루형 외국인 타자로 자리잡고 있다.
한화엔 누군가 불러들여 줄 타자가 필요하다. 4번 타자라면 당연히 그 몫을 해내야 한다. 하지만 노시환의 기록은 반대로 가고 있다.
노시환은 지난 해에도 장타율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 0.466으로 조금 좋은 수준에 머물렀다. 스윙은 거포 스윙을 장착하고 있는데 정작 장타는 많이 나오지 않고 있는 셈이다.
4번 타자 다운 화끈한 공격력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화 출신 한 코치는 "한화 타격은 팀 전체가 출루에 비중을 많이 두고 있다.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출루율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문제는 모두 출루형이라는 점이다. 불러들여 줄 해결사가 부족하다. 간혹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도 나오지만 길게는 가지 못한다. 노시환 같은 선수들이 타선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노시환의 장타력이 살아난다면 한화는 점수를 낼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노시환이 타격에 대해 생각을 잘 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화는 올 시즌 타점이 323개에 불과하다. 전체 꼴찌다. 1위 KIA의 420개에 거의 100개 정도 모자란 수치다. 그만큼 주자를 불러들이는데 힘을 쓰지 못했음을 뜻한다.
노시환이 부상으로 빠져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노시환이 있었어도 지금 같은 타격 메커니즘이라면 큰 변화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노시환의 득점권 타율은 0.422로 특급 수준이다. 하지만 득점권 타율은
노시환이 자신의 타격에 대해 먼저 정립을 잘 해야 한다. 지금 같은 출루형 타자로 만족할 것인지, 아니면 팀이 필요로하는 장타력으로 타선을 이끌 수 있을지 중요한 고빗길에 서 있다고 하겠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