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민낯을 드러내고 주저 앉았다.
롯데는 24일 사직 KIA전서 0-23으로 대패했다. 프로야구에서 승.패는 병가지 상사다. 이런 저런 패배를 다 당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패배의 충격은 대단히 컸다. 단순히 KBO리그 최다 점수차 패배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롯데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이 모두 드러난 경기였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해졌다.
↑ 은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대호. 그러나 여전히 롯데엔 이대호만 보인다. 사진=김영구 기자 |
하지만 올 시즌 뚜겅이 열리고 난 뒤 롯데는 그 전에 지적됐던 문제점들이 모두 돌출되며 하위권으로 쳐지고 말았다.
우선 외국인 선수엑 대한 우려가 컸다.
투수 반즈와 스파크맨, 외야수 피터스를 영입했지만 그 어떤 선수도 외국인 선수 연봉 최대치인 100만 달러를 채우지 않았다.
외국인 농사가 한 시즌 성적의 절반 정도를 좌우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무리가 되는 선택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좀 더 수준급 선수를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롯데는 메이저리그 경험이 풍부한 성민규 단장을 중심으로 선수를 뽑아 나갔다.
그 결과 피터스는 퇴출, 스파크맨은 계륵, 반즈는 절반의 성공에 머물렀다. 세 선수 중 누구도 롯데를 이끌고 갈 동력을 만들지 못했다.
포수 문제도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롯데는 시즌 전 공격형 포수를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지시완을 비롯한 포수진을 믿고 밀어 붙였다.
그 결과 지시완은 입스 증상으로 1군 엔트리서 제외됐고 안중열과 정보근의 타선의 구멍 노릇을 하고 있다. 포수를 자체 육성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결과는 최악으로 돌아왔다.
손아섭이 빠진 자리를 메꾸지 않은 것도 결과적으로는 패착이 되고 말았다.
성민규 단장은 각기 재능이 있는 선수들을 플래툰 시스템으로 가동하며 빈 자리를 메우겠다고 선언 했지만 결과는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운 좋게 황성빈이라는 새 얼굴을 얻기는 했지만 그 혼자 그 모든 짐을 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대호가 여전히 팀 내 최고 타자라는 것도 포장이 잘 돼서 그렇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이다. 이제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타자만 바라보고 야구해야 한다는 건 대단히 비참한 일이다.
내년 이후에 대한 준비도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이대호가 없는 롯데는 상상하기 어렵다는 말은 보내는 사람에 대한 찬사는 될 수 있어도 내년에도 야구 해야 하는 팀이 가져야 할 자세는 아니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에 꿈쩍도 하지 않았던 롯데다. 그 결과 지적됐던 사안들은 모두 문제가 돼 돌아왔다. 현재 롯데는 38승3무47패로 5할에 -11인 6위로 밀려냐 있다. 5위 KIA와 승차가 6경기나 벌어져 있다.
이대호의 은퇴에 맞춰 우승을 목표로 한다던 팀이 5위 자리를 놓고 초라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누가 책임을 지려 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 지적됐던 것들이 모두 아픈 현실이 돼 롯데를 주저 앉혔기 때문이다. 경고음에 귀를 기울이고 전력 보강에 힘을 썼다면 지금 보다 나은 성적을 내고 있을 수도 있다
외부 투자 보다는 내실을 기하는 것이 더 팀을 탄탄하게 해 줄 것이라고 롯데는 큰 소리를 쳤다. 지금도 그런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대호의 은퇴 시즌에도 여전히 이대호만 보이는 현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