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의 부동의 에이스 김광현(34)은 전반기 9승 1패 평균자책 1.65라는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성적을 냈다. 평균자책은 독보적인 1위, 다승은 리그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김광현은 2007년 SK 와이번스의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이후 2019년까지 14년간 한 유니폼만을 입었다. 그러다 2020년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입단해 2년간 빅리그에서 활약했다. 그리고 다시 한국과 팀 명을 바꾼 친정팀으로 돌아온 첫 해.
이미 세월은 김광현에게 노장 투수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기량만큼은 완숙한 베테랑의 품격 그 자체다. 어떤 경지마저 느껴지는 훌륭한 투구로 전반기 SSG의 승승장구를 이끌었다.
↑ 김광현이 후반기 1패만 더 추가하고 싶다는 창대한 포부를 전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
이 때문에 후반기 김광현의 유일한 목표도 딱 1패다. 최소 10경기~최대 13경기 정도 등판이 가능한 상황에서 전반기만큼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목표란 뜻이다.
지난 16일 올스타전에서 만난 김광현은 “한 번밖에 안 지고 참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선수들도 내가 나갈 때마다 집중력 있게 수비 해줘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고 고맙다”며 “점수를 준 경기들도 있었는데 진짜 나갈 때마다 이기게 해줘서 딱 한 번만 졌다”면서 자신의 다승 기록보다 패배가 한 차례밖에 없었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뒀다.
전반기 좋은 성적을 낼 때마다 더 완벽한 투구에 대해 스스로를 몰아붙였던 부담감이 있었다. 그때문이었는지 후반기 막바지 김광현은 처음으로 대상포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육체적 정신적인 피로감이 쌓인 결과였다.
김광현은 “그동안 전반기 때 너무, 뭐랄까 ‘이겨야 한다, 이걸 막아내고, 점수를 주지 않아서 그 다음에 승리해야 한다’는 이런 것에 대해서 스트레스가 조금 있었다”면서 그간의 고충을 털어놨다.
스프링캠프도 온전히 치르지 못했고, 풀타임 선발로 뛴 시즌도 2020시즌 이후 처음이다. 체력적인 부담이 있는 상황 완벽함을 추구했기에 더욱 힘들었다.
↑ 김광현은 휴식기 동안 더 좋아질 후반기를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사진=김재현 기자 |
구체적으로는 구속보다는 커맨드가 흔들렸던 부분이 아쉽다고 했다. 김광현은 “20대 초반이었다면 ‘구속이 아쉽다’고 했겠지만 이제 30대 중반이다. 구속보다 더 중요한 게 커맨드라고 생각한다”며 후반기 그 부분에 더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현재 페이스라면 30대 중반에 풀타임 선발 1점대 평균자책점 시즌이라는 믿기지 않을 결과도 가능한 흐름이다.
김광현 역시 “상상도 못했다. 사실 스프링캠프도 제대로 치르지 못해서 1~2경기 정도는 그래도 그냥 던지던 게 있으니까 잘할 줄 알았는데, 계속 잘되는 거다(웃음)”라며 “그리고 잘 되니까 욕심도 많이 생기고 힘도 많이 들어가고, 계속 점수를 안주려고 하니까 또 스트레스를 받고, 중간에 이슈(글러브 사건, 사구 사건)들도 있었고...그리고 (웃으며)데뷔 최다 피안타(8일 삼성전)도 기록했다”며 전반기를 돌이켜봤다.
↑ 현재 9승 1패인 김광현이 후반기 1패만 더 추가하고 연승행진을 이어간다면 KBO리그에는 또 하나의 새로운 기록이 탄생할 수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하지만 후반기 역시 목표는 같다. 팀 승리에 기여하기
결국 2패로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원대하고 창대한 포부인데, 김광현이라 또 가능할 것 같은 기록이다.
에이스의 바람이 이뤄진다면 SSG의 후반기 선두 수성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