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화수분 야구의 대명사다. 매년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빠져 나가지만 그 자리를 메울 누군가가 항상 나타나곤 했다.
당연히 화수분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선수를 많이 모으고 출장 기회를 제공해봐도 기량은 쉽게 늘지 않는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두산의 화수분이 말라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감독이다. 두산도 더 이상 새 얼굴에 기대기 어려운 순간까지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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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형 두산 감독(오른쪽)이 대타로 교체 된 김대한을 안아주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올 시즌만 해도 안권수 양찬열 정철원 등을 키워내며 1군급 자원을 만들어냈다. 이들을 통해 또 빈 자리를 메우고 있다.
워낙 메워야 할 곳이 많아 올 시즌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두산의 화수분이 여전히 가동되고 있다는 점에는 이의를 달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화수분의 비결을 궁금해 한다. 두산과 같은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구단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누구도 화수분의 확실한 답은 찾지 못하고 있다. 당사자인 두산 마저도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신인급 선수들에게 무작정 기회를 주는 것이 리빌딩이 될 수 없음을 이미 수 없이 많은 팀들이 증명했다. 그렇게 해선 화수분의 근처도 갈 수 없다.
그러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팀들이 대부분이다. 그저 1군 경기를 많이 뛰게 하면 저절로 기량이 늘 것으로 기대하는 잘못을 계속해서 범하고 있다.
두산이 '딱' 이거다 라고 정의를 내리지는 못했지만 김태형 감독의 말 속에서 힌트 하나 정도는 찾을 수 있었다. 김 감독이 신인급 선수들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말한 것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신인급 선수들을 처음 쓸 때 상대 투수와 상성을 본다. 투수가 주무기로 던지는 공이나 스피드 등을 고려해서 신인급 선수와 붙도록 하는 것이다. 신인급 선수가 잘 칠 만한 공을 던지는 투수와 상대하게 하는 것이다. 그럼 아무래도 성공률이 높아진다. 그런 성공이 쌓여서 자신감이 되고 그런 자신감이 성장의 중요한 자양분이 된다. 투수도 마찬가지다. 같은 위기라도 구위로 억누를 수 있는 타자면 그냥 놔 둔다. 반대로 투수와 상성이 맞는 타자가 나오면 교체를 해줘야 한다. 한 방 크게 맞으면 데미지가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상대 투수와 타자들에 대해 분석을 많이 해야 한다. 우리 타자나 투수들의 어떤 면이 맞을지 아니면 맞지 않을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신인급 선수들은 찬스에서 해결을 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성장 속도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보이지 않게 그런 부분들을 잘 관리해야 젊은 선수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감독의 선수 기용은 선수의 사기를 크게 끌어 올릴 수도 있고 반대로 완전히 꺾어 버릴 수도 있다.
위기 상황에 막무가내로 기용하는 것도 문제고 계속 도망 다니게 하는 것도 문제다. 상대를 꺾을 수 있는 포인트가 접점이 맞는다면 신인
그 과정을 통해 수 많은 젊은 선수들이 성공을 맛 보았고 그 성공이 바탕이 돼 자신감을 갖고 주전급 선수로 성장했다.
화수분 야구의 출발점은 우리 팀 뿐 아니라 상대 팀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