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전반기가 막 끝났을 뿐이지만 시즌 후 펼쳐질 다양한 시상식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에 대한 관심이 일찌감치 뜨거워지고 있다.
그 중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유격수 부문 골든 글러브다.
국가대팀에도 뽑힐 만큼 빼어난 수비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오지환(32.LG)이다. 하지만 오지환은 아직까지 골든 글러브와 전혀 연을 맺지 못했다. 올 시즌이 그 한을 풀 수 있는 최적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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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오지환이 안타를 친 뒤 덕아웃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수비의 효율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많지 않은 탓이지 전문가들은 오지환이 압도적인 유격수 수비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오지환 보다 화려할 수는 있어도 화려함과 내실을 함께 지닌 유격수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수비만으로는 골든 글러브를 받을 수 없다. 공격 지표가 어느 정도는 따라와줘야 황금 장갑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수비 능력을 따지는 지표가 많지 않기 때문에 오지환 역시 공격의 담을 넘어야 골든 글러브를 받을 수 있다.
이 부분에선 오지환이 살짝 약점을 드러낸다. 유격수로서 빼어난 장타 능력을 갖고 있지만 타율 그 자체는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오지환은 타율 0.254로 전반기를 마쳤다. 골든 글러브를 다투는 라이벌들에게 가장 뒤지는 분야가 바로 타율이다.
또한 출루율(0.330)도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OPS(0.767)에서도 손해를 보고 있다.
오지환의 타율을 볼 때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오지환은 거의 전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약한 투수가 선발로 올라와도 꽁무니를 빼는 법이 없다.(물론 라이벌들이 치사한 방법을 쓰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이호준 LG 타격 코치는 "남자로서 오지환에게 반했다. 팀이 하나로 뭉치는데 가장 중요한 몫을 오지환이 담당하고 있다. 분위기가 쳐질 때는 화이팅을 불어 넣고 분위기를 잡아야 할 때는 쓴 소리도 할 줄 아는 리더다. 특히 경기 출장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적지 않은 선수들이 오지환급 연차가 되면 살살 머리를 굴리곤 한다. 상대가 대단히 까다로운 선발이면 살짝 아프다며 쉬어가기도 한다. 코칭 스태프도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해 준다. 오지환에게는 그런게 없다. 타율 관리라는 건 오지환 사전에 없는 단어다. 모든 경기에 꼭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선수가 오지환이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것 같아 좀 쉬어갈 수 있도록 배려하려고 해도 고개를 가로 젓는다. 상대가 누구든 나가서 붙어 이기려는 것이 오지환이다. 그런 모습들이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 된다. 야구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선수가 바로 오지환이다. 말은 쉽지만 오지환처럼 야구하는 건 절대 쉽지 않다. 누구나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뛴다. 쉬려고 마음 먹으면 언제든 쉴 수 있다. 오지환급 정도 되는 선수들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오지환은 그런 모습이 전혀 없는 선수다. 매 경기 나갈 준비가 돼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감독님까지 나서서 말려야 겨우 쉴 정도다. 오지환의 리더십이 있기에 올 시즌에도 LG가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라고 극찬했다.
오지환급 선참이 선발 투수를 가려가며 경기에 나서면 후배들이 가장 먼저 알아 챈다. 그런 팀은 발전이 더디다.
과거 A팀 소속 레전드 선수는 그런 행동을 서슴없이 했었고 결국 후배들의 존경을 받지 못한 채 쓸쓸하게 은퇴해야 했다. 지금도 그를 찾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가 소속했던 팀은 역대 최강의 화력을 갖췄지만 그가 선참이 된 뒤로는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오지환의 헌신은 모든 선수들이 알고 있다. LG가 최근 유난히 하나로 잘 뭉치는 이유를 여기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오지환이 골든 글러브 후보로 손색이 없는 이유다. 보이는 성적은 살짝 모자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오지환은 보기 좋은 성적을 위해 꼼수를 부리는 선수가 아니다. 그의 기록을 좀 더 유심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골든 글러브 라이벌들이 모두 팀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는 선수들이라는 점은
기록되지 않은 오지환의 헌신과 리더십은 반드시 골든 글러브 투표에서 선한 영향력을 가져다 줘야 할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