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수들이 스스로 훈련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은 지난 6월 말 2022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를 보러 필리핀에 다녀왔다. 유럽 국가는 물론이고 옆 나라 일본의 배구를 보며 석진욱 감독은 많은 걸 느꼈다. 배구 시스템은 물론이고 배구 외적인 부분인 마케팅, 심판 배치 등까지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것을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석진욱 감독은 VNL에서 보고 들고 느낀 점을 선수들에게 이야기해 줬다. 모든 부분을 바꾼다는 게 아니다. '여기서도 이런 배구를 하고 있더라'라는 점을 말하며 선수들에게 새로운 배구도 있다는 점을 알려주었다.
↑ OK금융그룹의 7월은 뜨겁다. 사진(용인)=이정원 기자 |
리베로 부용찬은 "우리 시스템에 변화가 있다. 감독님께서 선수들에게 많이 맡기신다. 이전에는 감독님이 모든 걸 주도하고, 지도하는 시스템이었다면 요즘에는 선수들끼리 '이렇게 해보자, 저렇게 해보자'라고 말을 한다. 선수들이 주도할 수 있도록 많은 부분을 주셨다. 우리 선수들 모두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훈련이 힘들지 않다. 재밌고 기다려진다"라고 말했다.
석진욱 감독은 "그게 좋은 방법 아니겠나. 선수들이 경기 때 풀어가는 힘이 없었다. 시키는 것만 하고 했는데,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라며 "방향은 똑같다. 틀은 잡아놓되 선수들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석진욱 감독이 가장 영감을 얻은 배구는 일본이다. 한국 선수들과 체격도 비슷한 일본 선수들이지만, 현재 성적은 다르다. 한국은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유럽 리그에도 많은 선수들이 나가고 또 국제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2022 VNL에도 일본은 8강에 올랐다.
부용찬은 "일본 배구가 잘 되고 있고,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항상 일본 배구를 한 번 배웠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감독님이 보고 느낀 점을 말씀해 주신다. 예를 들어 키 작은 선수들이 키 큰 선수들을 공략하는 방법, 수비 자세, 블로킹 위치 잡는 법 등을 알려주신다"라고 말했다.
기본기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차지환은 "기본기 부분에서 많이 뒤처져 있다고 생각을 한다. 기본기에 등한시한 경우가 있었다. 그런 게 없으면 배구가 안 된다는 걸 늦게 알았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플레이가 더욱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첫 번째가 안 되니까 두 번째, 세 번째가 안 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우리 팀은 용병의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 배구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다양한 루트를 찾아야 한다. 확실하게 가려면 2단 연결이나 어택 커버, 리시브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세터들도 골고루 활용할 수 있다"라고 했다.
↑ OK금융그룹의 2022-23시즌은 어떨까.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
OK금융그룹의 비시즌은 활기차다. 모든 선수들이 의욕적으로 훈련을 임하고 있다. 모두가 주전으로 뛸 수 있을 정도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1월이면 팀의 주축 자원 레프트 송명근과 세터 이민규가 돌아오지만, 석진욱 감독은 이들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두 선수가 오기 전에 팀 순위가 어느 정도 결정될 거라 보고 있기에 지금 있는 자원들의 시즌 초, 중반 활약이 필요하다.
석 감독은 "두 선수에 맞춰 훈련을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그 선수들이 아파서 복귀를 못할 수도 있고, 또 실력이 안 될 수도 있다. 우리 선수들이 최대한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다음주면 팀의 에이스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레오)도 합류한다. 석진욱 감독은 "레오는 레프트, 라이트가 다 된다. 이제 나이가 조금 있는 만큼 공격력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 리시브를 하면서 공격을 하는
OK금융그룹은 2021-22시즌 5위에 머물며 봄배구에 오르지 못했다. 이들의 2022-23시즌은 어떻게 흘러갈까. 선수들의 주도 속에 훈련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OK금융그룹의 여름은 오늘도 뜨겁다.
[용인=이정원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