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예전과 확실히 달라졌다. 평소 보여주지 못했던 다채로운 모습들을 통해 축제를 즐기되, 별들과 팬들 모두 올스타전에 진심인 모습이었다.
나눔(키움, KIA, LG, NC, 한화) 올스타가 정은원(한화)의 스리런 홈런에 힘입어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SOL KBO리그 올스타전서 드림(SSG, 삼성, 두산, 롯데, kt) 올스타에 6-3으로 승리했다.
‘미스터 올스타’로 최종 선정된 정은원은 연장 10회 초 승부치기 상황에서 본업인 포수 마스크를 벗고 마운드에 오른 김민식(SSG)에게 스리런 홈런을 날려 치열했던 승부의 방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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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눔 올스타는 정은원의 연장 10회 스리런 홈런과 마무리 고우석의 역투 등으로 드림 올스타에 6-3으로 승리했다. 선수들은 연장 접전 까지 승부에 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는 등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펼치는 모습이었다. 사진(잠실 서울)=천정환 기자 |
동시에 이날 승부는 한치 앞의 상황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선수들이 뜨거운 의욕을 보이면서 실전 경기를 방불케하는 긴장감이 드는 승부 상황이 펼쳐졌다.
9회까지 3-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을 정도. 양 팀은 주거니 받거니하며 선제 득점, 역전, 추가점, 동점, 재역전 상황을 만들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하는 명승부를 펼쳤다.
경기에 참여한 선수들의 마음가짐도 과거와는 상당히 달랐다. 역대 올스타전은 아무래도 ‘친선전’과 이벤트 성격이 강했던 만큼 타격전으로 진행된 사례가 많았다.
투수들이 힘을 빼고 던져 난타를 당하거나, 일부 타자들은 수상을 위한 큰 스윙을 남발하다가 힘없이 삼진이나 범타로 물러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는데 22년 올스타전은 그런 모습 자체가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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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우진(키움)은 생애 첫 올스타전에서 최고구속 155km의 강속구를 던지며 전력 투구를 하는 모습이었다. 이외에도 올스타전 출전 투수 대부분이 자신의 역량을 유감없이 뽐냈다. 사진(잠실 서울)=천정환 기자 |
나눔의 중간 투수로 등판한 안우진(키움)은 최고 구속 155km의 볼을 뿌렸고, 루친스키도 최고 구속 152km의 강속구를 던졌다. 다승왕 켈리 역시 150km 내외의 포심패스트볼을 꾸준히 던지며 드림 타선을 힘으로 제압했다.
드림 투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소형준 또한 140km 중후반대의 평소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투구로 2이닝을 소화했고, 뷰캐넌-박세웅도 장기인 포심패스트볼을 유감없이 뿌렸다. 이외에도 구원투수들이 5회부터 연속해서 1이닝씩 5이닝을 틀어 막기도 했다.
실제 드림은 엔트리 등록 투수 가운데 컨디션 난조였던 오승환(삼성)을 제외한 9명의 투수가 모두 등판해 김민식이 연장 10회 승부치기 상황에 등판해야 했다.
올스타전에 참여한 타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액션은 화려했지만, 별개로 경기에 대한 집중력과 의욕은 가득했다.
이정후(키움)는 1회 초 안타에 이은 도루와 땅볼 상황 이후 양의지의 적시타때 홈을 밟아 득점을 올렸고 이후, 1회 말 수비에서 슈퍼캐치로 박병호의 대형 타구를 걷어내는 등 명장면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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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점왕 한유섬(SSG)은 적시타 후 세리머니, 홈쇄도 득점, 몸을 날리는 호수비까지 모든 것을 보여주며 올스타전에 진심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사진(잠실 서울)=천정환 기자 |
이밖에도 대부분의 야수들이 전력에 가까운 투구를 하는 상대 투수에 맞서 침착한 승부를 펼쳤다. 투수들 역시 자신이 던질 수 있는 여러 구종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정면승부를 펼친 덕에, 경기는 이닝 별 대량 실점 없이 팽팽하게 흘러갔다.
물론 축제의 요소도 가득했다. 이날 올스타 선수들은 임금님, 방귀대장 뿡뿡이, 슈퍼맨, 저승사자, 삼린이 등을 비롯해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했고 은퇴 투어의 첫 시작을 알린 이대호(롯데)는 ‘덕분에 감사했습니다’, 올스타 최다투표의 주인공 양현종은 ‘최다 득표 감사’란 문구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나오기도 했다.
또한 이강철 드림 올스타 감독은 포수 김민식을 연장 10회 마운드에 올려 팬들에게 정규시즌에는 볼 수 없는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연장 10회 고우석 등판 상황에 난데없이 쏟아진 야유도, 팬들과 선수들 모두 경기에 깊게 몰입했기에 나온 장면이기도 했다. 10회 초 나눔 올스타가 김민식을 상대로 연속 안타와 스리런 홈런으로 앞서간 이후 10회 말 나눔에선 LG의 마무리 투수 고우석이 등판했다.
그러자 1루 방면 드림 올스타 관중석에서 엄청난 야유가 나왔다. 드림이 포수 김민식 등판 카드를 썼는데, 나눔은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나오느냐는 의미가 담긴 제스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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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장 10회 1사 1,2루 상황, 고우석은 마지막 올스타전 타석을 치르는 이대호에게 156km의 강속구를 던져 삼진을 솎아내는 등 전력투구로 대선배를 예우했다. 이대호 역시 그런 고우석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사진(잠실 서울)=김재현 기자 |
그리고 고우석은 그런 이대호를 상대로 모두 직구만 던지는 정면승부를 펼쳤다. 또한 2S에서는 156km의 바깥쪽 직구로 헛스윙을 유도하며 삼진을 잡아냈다. 관중들은 다시 야유를 쏟아냈지만 타석에서 물러나는 이대호는 마운드의 고우석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적시타를 치지 못한 아쉬움은 남았겠지만, 마찬가지로 전력투구를 해 준 후배에 대한 고마움이 담긴 제스쳐였다.
고우석의 입장에선 아무리 야유를 받는 상황이라도 대선배를 상대로, 또한 동등한 위치의 올스타 선수를 맞아서 자신의 최고의 공을 던지며 승부에 100%로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야유를 쏟아낸 팬들의 입장도, 전력 투구로 세
이렇듯 코로나19 공백 이후 3년만에 재개 된 올스타전은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과, 빗속에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열광적인 응원을 쏟아낸 팬들의 ‘진심 가득한 마음’으로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펼쳐졌다.
[잠실(서울)=김원익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