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쓰고나니 눈앞이 캄캄하다.
그렇다. 솔직히 고백하겠다. 본 기자는 최근 토론토 블루제이스 감독 자리에서 경질된 찰리 몬토요(57)를 직접 본 경험이 많지않다.
'네가 그러고도 기사 바이라인에 특파원이라는 명칭을 달 자격이 있냐'고 손가락질한다면 나는 조용히 그 비난의 화살을 바이러스로 향하게 돌릴 생각이다. 몬토요 감독이 팀을 이끈 대부분의 시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정점이던 시기였고, 이 시기 취재진이 감독 및 선수들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기회는 극히 제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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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프링캠프에서 시범경기를 마친 몬토요 감독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기전 구단 관계자와 논의하는 모습. 사진= MK스포츠 DB |
아무튼 짧은 시기지만 잠시나마 블루제이스를 취재했던 기자로서 몬토요에 대한 기억을 풀어볼까한다. 클럽하우스에 대한 취재진의 접근이 허용된 2022시즌이 돼서야 그나마 그를 조금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스프링캠프에서였다. 팀의 주전 1루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의 생일이었다. 몬토요 감독은 직접 케이크에 초를 붙여 라커룸으로 들어와 게레로 주니어의 생일을 축하해줬다. 투수들이 미팅을 위해 라커룸을 빠져나간 직후였다. '왜 하필 투수들이 없을 때 그의 생일을 축하해준 것일까? 선수단 전체가 있을 때 축하해주면 더 좋을텐데'라는 작은 의문이 들기는했다.
이런 장면은 지금같은 상황에서 과대 해석되기 마련이다. 야수 출신인 그가 투수들을 홀대한 것일까? 그건 아니라고본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투구, 그리고 수비"를 강조하던 그다. 물론 내야수 출신으로서 투수에 대한 평가에 한계가 있기는 했다. 투수에 대한 평가를 할 때마다 피트 워커 투수코치에 많은 의지를 하는 모습을 보였고 취채진도 실제로 감독보다는 워커 코치에게 평가를 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푸에르토리코 출신답게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감독실에는 콩가를 비롯한 각종 타악기가 가득했다. 가끔 콩가를 더그아웃으로 들고나와 연주하며 분위기를 띄우기도했다. 원정 도중 경기가 없을 때는 살사 클럽에서 연주를 하기도했다.
2022시즌은 열정이 조금 과할 때도 있었다. 이전까지 세 시즌동안 단 네 차례 퇴장당했던 그는 이번 시즌에만 네 번의 퇴장을 당했다. 성적에 대한 부담이 열정과 섞이면서 폭발한 것.
지난 4월 17일(한국시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홈경기는 과도한 열정이 흥분으로 바뀐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날 류현진은 4이닝 5실점 기록한 이후 강판됐는데 왼팔 전완부 통증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토미 존 수술로 이르게한 팔꿈치 부상이 처음으로 알려진 시기였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감독은 선수의 몸 상태에 대해 먼저 언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몬토요는 이례적으로 "그를 보호하러 나온 것이 아니다" "더 이상 이곳에서 과거 기록에 대해 말하지않겠다" 등의 다소 거친 말들을 쏟아냈다. 이날 그는 스트라이크존에 항의하다 퇴장당했는데 그 흥분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후 화법이 상당히 누그러진 것을 고려하면 흥분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쏟아낸 말들이었다고 보는 쪽이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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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토요는 2022시즌에만 네 차례 퇴장을 당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
그가 나쁜 감독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그는 좋은 감독, 좋은 사람이었다. 인간미가 있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이달초에 있었다. 경기 도중 마크 버드진스키 1루코치의 딸 줄리아가 사고사하는 일이 벌어지자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와 버드진스키의 곁을 지켰다. 경질되기 직전 휴식일에는 줄리아의 장례식에도 직접 참가했다. '야구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었다.
블루제이스 선수단이 줄리아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한 이 시기, 몬토요 감독은 해고 통보를 받았다. 여느 감독이 그렇듯, 그역시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에 따른 '희생양'이 됐다. 감독은 원래 그런 자리다.
'희생양'이라는 평가가 중론이지만, 다른 얘기도 나오고 있다. '디 어슬레틱'에 따르면 선수단 내부에서는 "때가 됐다고 느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승을 목표로하는 팀'을 이끌기에는 리더십이 살짝 아쉬웠다는 것이 익명의 목소리가 남긴 평가다.
몬토요는 팀이 리빌딩중이던 2019년 지휘봉을 잡았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블루제이스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어쩌면 몬토요는 이런 달라진 분위기와 늘어난 중압감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실제로 리빌딩에서 벗어나 우승을 목표로 방향을 바꾼 팀들이 감독을 교체하는 경우는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지금의 실패가 한평생을 야구에 바친 그의 인생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프런트 중심의 현대 메이저리그가 요구하는 감독으로서 덕목을 고루 갖춘 인물이었다.
이제 수술 이후 회복중인 류현진에 대한 걱정을 해보자. 어깨 수술을 받은 지난 2015년처럼 부상 이탈 도중 감독이 갈렸다. 만약 그가 2023시즌내 복귀한다면 새로운 감독과 함게하게된다.
과거 어깨 수술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는 감독뿐만 아니라 프런트까지 모두 교체됐다는 것이고, 지금은 프런트는 그대로라는 것이다. 토론토의 2022시즌이 실망스런 결과로 끝나고 구단주 그룹이 이에 대한 책임을 현 단장에게 묻지 않는 이상 그와 계약한 구단 운영진이 그의 복귀 여부를 결정하게될 것이다. 재활 선수에 대한 의사결정에서 메이저리그 감독이 낼 수 있는 목소리는 거의 없다. 진짜 걱정해야할 부분은 다저스 시절과 달리 구단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줄 잔여 계약 기간이 없다는 것, 그리고 적지않은 나이(서른 여섯)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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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링턴(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