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역사상 초유의 11연패라는 수모를 당한 삼성 라이온즈가 ‘감독 경질 카드’를 꺼내 들까.
삼성은 1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정규시즌 kt위즈와의 원정경기서 0-1로 패배, 구단 역대 최다인 11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KBO리그 원년인 1982년부터 참여했던 삼성은 오랜 기간 한국 야구 전통의 강팀으로 군림해 왔다. 그런 까닭에 40년 역사상 11연패를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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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단 역사상 초유의 11연패 수모를 당한 삼성 라이온즈가 시즌 중 감독 경질 카드를 꺼내들까. 사진=천정환 기자 |
이제는 일부 팬들 사이에서 거론 됐던 허삼영 삼성 라이온즈 감독 경질 여론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경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지난 주 삼성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계속된 연패에도 불구하고 삼성 라이온즈 구단이 허삼영 감독의 중도 경질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제일기획이 운영하는 현 삼성 체제에서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감독의 시즌 중 중도 경질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구단 내부의 대체적인 분위기도 최근까진 이 관계자의 견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모그룹에서도 팬들의 감독 경질 여론을 외면하기엔 삼성의 상황이 너무나 악화된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지난해 정규시즌 2위의 빛과 고려해 볼 때 현재 연패의 어둠이 매우 짙어졌다.
삼성은 11연패 기간 동안 6번의 역전패를 당했다. ‘끝판대장’ 오승환이 6일, 9일, 11일까지 3경기 연속 무너졌고, 2득점 이하로 침묵하며 패한 경기도 5경기나 된다.
10실점 이하 경기도 연패 기간 6차례였다. 기간 팀 평균자책점이 무려 8.34였을 정도로 마운드가 처참하게 무너졌다.
문제는 이 연패가 너무 뼈아픈 시점 벌어진, 감독이 손 쓸 수 없는 속수무책의 상황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연패 직전까지 승률 0.474로 6위에 올라 5위와 근소한 순위 경쟁을 이어갔던 삼성의 순위와 승률은 순식간에 8위와 0.412로 곤두박질 쳤다. 이제 9위 NC 다이노스와도 1경기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팀이 이렇게 추락하는 동안 허삼영 감독이 리더십을 발휘해 흐름을 끊지 못했다는 사실도 점차 경질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안팎에선 올해 계약 3년차로, 계약 반시즌도 채 남겨 두지 않은 허 감독 리더십이 수명이 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기력한 패배엔 허 감독의 영향력이 선수단에 통하지 않는 ‘조기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삼성 구단을 둘러 싼 여론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4월부터 무기력한 연패 상황이 벌어지면서 일부에서 일었던 감독 사퇴 및 경질 여론은 최근 온오프라인에서 경질 운동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일부 삼성 팬들은 삼성 그룹 본사와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고 있고, 온라인에선 경질 서명 운동을 비롯한 비판 글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다 11일 지역 방송을 통해 지난주 SSG와의 홈경기에서 라이온즈파크 경비요원이 7세 어린이의 스케치북을 검열했다는 방송이 보도 되면서 논란이 격화됐다.
일부 개인의 실수로 보기엔 구단에 누적된 실책이 적지 않다. 올 시즌 꾸준히 이어졌던 비판 여론과 욕설 등이 적힌 현수막 철거 하는 과정에서의 신경질적인 대응, 경기장 내 선수단 비판 문구 게재 금지 등의 일련의 상황과 맞물려 삼성 라이온즈 구단이 팬들의 여론을 무시하고 있다는 여론도 커져 가고 있다.
일부의 일탈 행위는 문제지만, 프로 구단이 팬들의 마음까지 통제하는 시도로 비춰지는 것 자체가 구단에는 치명적인 상황이다.
이렇듯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 초유의 불명예 11연패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모양새다.
명문 구단 라이온즈의 체면도 단단히 구겨졌다. 지난해와 비교해 급격한 추락을 겪고 있는 팬들의 상대적인 박탈감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짧은 부활 이후 다시 암흑기가 시작되는 걸 반길 팬들은 없기 때문이다.
KBO리그 역대 최고의 명문팀으로 군림해왔던 삼성은 류중일 전 감독 체제에서 2011~2015년 5연속 정규리그 우승과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거두며 전성기를 보냈다.
하지만 이후 2017년 9위-2018년 6위-2019년 8위로 깊은 부침에 빠지며 이른바 ‘암흑기’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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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교체 건은 모그룹의 결단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시즌 내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삼성 사정에 정통한 이들의 견해였다. 사진=김영구 기자 |
1991년 고졸연고구단 자유계약 선수로 삼성과 인연을 맺은 허 감독은 1996년부터 삼성의 프런트로 업무를 시작해, 운영팀장, 전력분석팀장 등을 두루 거친 골수 ‘삼성맨’이다.
구단의 데이터 야구의 기틀을 닦은 공을 인정받은 셈인데, 코칭스태프 경험이 전혀 없고 삼성의 레전드 출신 선수도 아니란 점에서 당시 깜짝 발탁으로 평가 받았다.
그리고 2020년 최종 8위로 시즌을 마무리한 삼성은 지난해 허 감독 2년차 시즌 1위에 해당하는 승률 0.563을 기록한 이후 kt와 타이브레이크 끝에 최종 2위로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허 감독은 정규리그 우승을 막바지 놓친 이후 플레이오프에서 2패로 허무하게 탈락하며 ‘큰 경기, 승부처에 약하다’는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허 감독 부임 3년차 시즌인 올해 삼성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중하위권에서 머물다가 이제 11연패로 추락 중이다. 특히 허 감독은 올 시즌 일부 선수들의 선발을 고집하는 독단적인 선수 기용 등으로 내내 구설에 올랐다.
일각에선 이런 허 감독의 ‘고집 기용’과 관련해 소통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1군 및 퓨처스 코칭스태프 또는 프런트와 감독 사이에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성적이란 결과가 뒤따르지 않기에 나온 뒷말들이다.
이렇듯 경질 여론이 커져 가는 가운데서도 실제 휴식기 기간 경질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과거 성적에 따라 감독은 물론 구단 임원 및 고위 인사가 함께 물러나는 경우도 잦았던 삼성은 ‘제일기획 시대’ 이후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팀을 운영하고 있다. 김한수 전임 삼성 감독도 재임 기간 9위-6위-8위에 그쳤지만 계약기간은 지켰다.
또한 감독 교체 및 경질 등 사안은 모그룹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란 점에서 앞으로 전개 과정을 쉽게 예상하기 어렵게 한다.
일각에서는 현 삼성 라이온즈 대표이사와 단장의 퇴진 여론도 일고 있다. 올 시즌 FA 및 대형 계약 선수들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수년간 팀의 큰 그림을 그렸던 이들 고위인사들도 ‘프런트 교체 주기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재신임의 평가 대상이 되어야 할 고위 프런트가 감독 교체를 결정할 입장도 아니란 점에서, 모그룹의 깜짝 결단이 이뤄지지 않는 한 허 감독 체제가 시즌 종료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안팎의 예상도 적지 않다.
어쨌든 전
[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