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팔'의 잠재력을 너무 높게 평가했던 것일까.
2군을 내려간 뒤에도 좀 처럼 페이스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발목을 잡았던 제구력은 여전히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키움 광속구 유망주 장재영(20) 이야기다.
![]() |
↑ "9억 팔" 장재영이 2군에서도 좀처럼 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장재영은 150km대 후반이던 구속을 150km대 초반으로 늦추는 대신 제구를 잡는 길을 택했다. 처음엔 그 방법이 통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됐다.
장재영은 올 시즌 1군 무대에서 14경기에 등판해 승.패 없이 평균 자책점 7.71을 기록하며 무너졌다.
14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은 7개로 그전 보다는 줄였지만 안타를 23개나 맞으며 흔들렸다. 피안타율이 0.371이나 됐고 WHIP는 2.14로 대단히 높았다.
이닝 당 2명 이상의 주자를 내보내는 투수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감독은 없다. 결국 2군으로 내려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2군에서도 아직 크게 달라진 점을 찾기 어렵다. 조금 나아지는 가 싶다가도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는 일이 반복 됐다.
장재영은 2군에서 지금까지 4경기를 던졌는데 4경기 모두 볼넷을 내줬다.
6월22일 KIA전서는 5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한껏 희망을 끌어 올렸다. 선발로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경기였다.
그러나 다음 경기서 바로 무너졌다.
1일 LG전에 등판해 2이닝 동안 5피안타 3볼넷 1탈삼진 4실점한 뒤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이날 피안타율이 0.500이나 됐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최근 2군 경기장을 돌아보고 온 전력분석원 A는 "장재영이 뚜렷하게 나아졌다는 걸 보여주지 못했다. 볼넷이 많은 것도 문제였지지만 일단 안타로 맞아 나가는 타구가 너무 많았다. 개인적으로 제구를 잡기 위해 구속을 포기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확신하지 못하겠다. 우리 타자들이 빠른 공을 워낙 잘 치기는 한다. 150km대 후반이 쓸데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구속은 여전히 투수의 가장 큰 무기다. 타자들도 한계를 넘어 선 패스트볼에 대해선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한다. 구속을 살리면서 경기 운영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구속을 낮추면서 피안타율이 급등하지 않았나. 이번 2군 경기서는 평범해진 장재영을 확인 했을 뿐이었다. 뭔가 한 가지 확 튀어나오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걸 찾을 수 없었다. 구속도 구위도 모두 특출나지 않은 선수가 되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장재영은 메이저리그가 눈독을 들였던 광속구를 가진 투수다. 하지만 지금은 구속은 구속 대로 줄고 구위는 구위대로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
장재영은 '9억 팔'이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투수로 돌아올 수 있을까. 계속 원점에서만 돌고 있어 확신을 갖지 못하게 하고 있다. 팀과 개인 모두에게 안타까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