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스토브리그서 LG는 다소 의외의 행보를 보였다.
10승(2패) 투수 수아레즈와 재계약 협상에 큰 공을 들이지 않았다. 평균 자책점도 2.18에 불과했던 수아레즈다. 그가 너무 높은 몸값을 불렀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얼마 뒤 수아레즈가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즈와 연봉 80만 달러(옵션 제외)에 계약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들은 뒤에서 수근 거리기 시작했다. "차명석 LG 단장이 먼저 겁을 먹고 제대로 협상을 하지 못한 것"이라며 손가락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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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가 10승 투수 수아레즈를 포기하고 플럿코를 선택한 것이 지금까지 최고의 선택이 되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LG는 수아레즈가 좋은 투수이긴 하지만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는데 집중했었다. 외국인 투수라면 적어도 6이닝 정도는 책임져 줄 수 있는 투수를 원했다.
수아레즈를 놓친 것이 아니라 놓아준 것이라는 해석이 더 정확했다. 그리고 LG는 수아레즈 대신 플럿코를 선택했다.
그 선택은 지금까지 신의 한 수가 되고 있다. 플럿코가 켈리와 함께 원.투 펀치 몫을 충실히 해주고 있는 반면 수아레즈는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야쿠르트로 간 수아레즈는 3일 현재 5경기에 선발 등판해 승.패 없이 평균 자책점 6.53을 기록하는데 그치고 있다. 1군 엔트리서도 다시 제외됐다.
한국에서 처럼 긴 이닝 소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등판한 5경기서 5이닝까지 도달한 것은 두 차례에 불과하다. 단 한 번도 5이닝을 넘기지 못했다.
이젠 여기에 난타까지 당하며 최악이 시즌으로 향해 가고 있다.
반면 플럿코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위력적인 공을 던지고 있다.
16경기에 등판해 7승4패, 평균 자책점 3.12로 2선발 몫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특히 이닝을 길게 끌고 가 주는 것이 플럿코의 장점이 되고 있다.
16경기서 총 95.1이닝을 던졌다. 경기당 평균 5.95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최근엔 6회까지는 충분히 막아주는 경기가 늘어나고 있다.
10승 투수를 포기하고 플럿코를 선택한 것이 적중했음을 알 수 있는 수치다.
한 때 타순이 세 바퀴를 돌면 난타를 허용하던 단점도 영리하게 보완하며 더 좋은 기록을 내고 있다. 리그에 대한 존중과 적응을 위한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이젠 LG를 손가락질 했던 사람들이 반성을 해야 할 시점이다. LG의 절묘한 교체 결정이 LG를 지금까지 상위권에 머물게 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순간의 판단이 올 시즌 농사를 좌우했다고 할 수 있다. 10승이라는 환상
지난 겨울의 신의 한 수가 가져다 준 성과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