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을 위해 빠지는 거라면 몰라도…, 지금은 아닙니다.”
KIA 타이거즈는 올해 유독 선발진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즌 전 로니 윌리엄스와 션 놀린을 외국인 투수로 두고 양현종과 이의리, 그리고 남은 한 자리를 임기영, 한승혁 등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계획은 이미 무너진 상태다.
그런 와중에도 KIA 선발진을 지키고 있는 건 ‘대투수’ 양현종(34)이다. 흔들림 없이 뿌리를 깊게 내린 채로 서 있는 소나무와 같은 존재다.
↑ KIA ‘대투수’ 양현종(34)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무게감이 달랐다. 사진=김재현 기자 |
한 가지 우려가 되는 건 양현종이 지금 쉼 없이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선발 투수 중 가장 많은 16경기에 나섰다. KBO리그 전체로 보면 찰리 반즈(17경기)에 이어 공동 2위로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한 선수는 데이비드 뷰캐넌, 로버트 스탁, 윌머 폰트,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로 모두 외국인 투수다. 소화한 이닝도 매우 많은 편이다. 96이닝으로 국내 선발 투수 중 고영표(101.2)에 이어 2위, 전체로 봤을 때는 6위다.
김종국 KIA 감독도 “29일 경기 때 다리 쪽에 근육 경련이 조금 있었다. 투수 강습 타구에 손을 맞기도 했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좋은 투구를 해주고 있다”며 “쉬라고 했는데 안 쉬겠다고 하더라. 올스타전 때도 던질 텐데…. 아직은 괜찮다고 하는데 한 번 더 물어봐야 할 듯하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양현종은 전혀 다른 답을 내렸다. 3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그는 “계속 던지는 게 좋을 것 같다. 10일 휴식 후 던지게 되면 지장이 있을 수도 있다. 지금은 아픈 곳도 없고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할 시기다. 우리 선발진이 5명이 딱 정해져 있지 않다. 내가 빠지면 안 된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만약 빠져야 한다면 팀을 위해서일 것이다. 부상이거나 또는 부진이라면 그럴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30경기 이상은 꾸준히 등판하고 싶다. 우리 선수들도 내가 선발 투수로 나서면 무조건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충분히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우진과의 맞대결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양현종은 그에 대해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라며 극찬했다. 그러면서도 본인에 대해선 냉정했다. 승리가 따라오지는 않는 호투는 의미가 없다고 말이다.
양현종은 “팀이 졌는데 내가 잘 던졌다고 해서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결과는 1패, 그리고 패전 투수다. 야구는 아무리 과정이 좋아도 결국 결과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못 던져도 팀이 이기면 의미가 있다. 1점을 주지 않았다면 이겼을 수도 있는 경기였다. 패배 팀 선수는 말이 없다”고 자평했다.
↑ 양현종(34)은 KIA가 지금보다 더 높은 곳으로 갈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이런 선수가 있기에 타이거즈는 KBO리그에서 항상 무서운 팀이다. 사진=천정환 기자 |
양현종은 “서로 지쳐 보인다. 타이트한 경기가 많다 보니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언젠가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5월처럼 말이다. 지금의 힘듦은 하나의 과정일 것이다. 잘 넘기면 앞으로 좋은 경기만 할 수 있을 거이라 기대한다”며 “결과는 아쉽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고참으로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어린 선수들에게 고맙다. 또 (김)선빈이, (나)성범이 다 힘들겠지만 열심히 해주는 것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또 “우리의 긍정적인 변화는 패배 의식을 지웠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최)형우 형을 중심으로 선빈이, 성범이 모두 좋은 대화를 통해 팀을 이끌고 있다. 나 역시 시즌 초반에 고전하다 5월부터 치고 올라갈 수 있었던 이유다. 패배했을 때 얻는 분하다는 감정, 그걸 보면서 팀이 잘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특히 주장인 선빈이가 잘해주고 있다”고 바라봤다.
양현종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무게감이 달랐다. 에이스 맞대결에서 패해 그 누구보다 분한 감정을 가졌을 그였지만 최대한 긍정적인 부분만 찾으려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본인에 대해선 냉정했다. 현재 올스타 팬투표 1위에 이름을 올렸음에도 “팀이 지고 있는데 올스타 팬투표를 생각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중심을 잡았다.
거듭되는 하락세에도 KIA가 다른 팀들에 비해 쉽게 무너지지 않는 이유를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