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재원(23)은 잠실 구장 가장 먼 곳까지 홈런을 쳐 내는 능력을 앞세워 '잠실 빅 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런 이재원이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 홈 경기 2-0으로 앞선 6회말 공격 2사 1루에서 구창모를 상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시즌 8호 홈런을 쳤다.
볼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에서 높은 패스트볼을 걷어 올려 비거리 135.7m짜리 대형 홈런을 쏘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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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원이 홈런을 친 뒤 날아가는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이재원은 “팀이 이겨서 좋다. 홈런보다는 팀이 승리한 것만 생각한다. 끈질기게 승부해서 팀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섰다”고 말했다.
어디 하나 나무랄데 없는 만점 인터뷰였다. 다만 이 인터뷰를 다른 관점에서 지켜 본 사람도 있다.
레전드 출신 해설 위원 A는 이 이재원의 인터뷰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다.
해설 위원 A는 "팀 승리를 위해 뛰는 것은 모든 선수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래야 팀 워크도 하나로 뭉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모든 선수들이 무조건 팀을 앞세우는 것은 바른 선택은 아니다. 이재원급 정도 되는 선수들은 살짝 이기적이어도 좋다. 팀 승리와 상관 없이 홈런을 펑펑 터트려 주는 것이 오히려 팀에는 더 큰 도움이 된다. 모든 타석에서 홈런을 노리고 타석에 들어가 자신이 홈런을 칠 수 있는 공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팀이 이기는 것은 다른 주축 선수들이 해줄 수 있다. 이재원이 그들을 돕는 방법은 구창모에게 했듯이 홈런을 쳐 주는 것이다. 이날도 구창모에게 한 방을 날려주니 완전히 쐐기가 박히지 않았는가. 이재원이 할 일은 바로 그런 것이다. 홈런을 욕심내서 한 방씩을 시원하게 날려주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팀 플레이다.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좋다. 팀이 지더라도 홈런을 쳤으면 당당하게 어깨 펴고 라커룸으로 돌아가도 좋다. 자신이 할 일을 다 했기 때문이다. 팀 승리에 쫓겨 스윙까지 작아져선 안된다. 경기 상황에 상관 없이 홈런을 노리고 홈런을 칠 수 있으면 그걸로 됐다. 그렇게 이재원이 진짜 잠실의 거포로 성장하게 되면 팀은 정말로 큰 선물을 얻게 된다. 홈런 타자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은 팀을 먼저 생각하며 팀 배팅을 하려 할 때가 아니다. 모든 타석에서 홈런을 치겠다는 욕심을 부려도 좋다. 그렇게 진짜 팀의 기둥 선수가 됐을 때 홈런으로 팀 승리에 공헌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도 이재원이 홈런을 쳐 줄 때 팀이 이길 확률도 늘어난다. 절대 팀을 앞세운다며 작아져선 안된다. 더 자신감 있게 욕심을 내며 타격하는게 좋다. 이재원은 이재원 다운 스윙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조금은 이기적이 돼야 팀에도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재원은 이제 막 봉우리를 피우려 하는 새싹이다. 그에게 급한 것은 팀이 이기는 것 이전에 봉우리를 틔우는 것이다. 팀을 위한다고 해서 이재원의 스윙이 작아진다면 좋아할 것은 상대 팀 밖에 없다.
이재원은 이재원 다운 스윙을 해야 상대도 겁을 먹게 돼 있다. 단점을 생각하지 말고 장점을 살리려 노력해야 할 때다. 팀이 이기는 길을 만드는 건 주축 선수들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이재원은 그 길 위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스윙을 하고 덕아웃으로 돌아오면 된다. 그것이 해설위원 A가 이재원에게 지적한 부분이다.
이재원이 진짜 터지면
어설픈 팀 배팅에 갇혀 자신의 스윙을 잃어버리면 안된다.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좋다"는 레전드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