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범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얼굴에는 '이게 뭐지?'라고 쓰여 있었다.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2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정규시즌 KIA 타이거즈와의 홈 경기에서 1-0으로 승리, 위닝 시리즈를 달성했다. 승리를 이끈 건 ‘악마의 재능’ 안우진(23)이었다.
안우진은 7이닝 2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 시즌 9번째 승리를 챙겼다. 프로 데뷔 후 한 시즌에 가장 많이 쌓은 승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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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움 안우진(23)은 29일 고척 KIA전에서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며 9번째 승리를 챙겼다. 사진(서울 고척)=민준구 기자 |
안우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양현종 선배와의 리매치였다. 승리해서 기분 좋다. 타이트한 경기였는데 우리 형들이 정말 잘해줬다. 특히 (이)지영 선배의 결승타, 그리고 남은 2이닝을 잘 막아준 우리 구원 투수들의 도움이 컸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이어 “양현종 선배가 워낙 대단한 투수이기 때문에 실점은 곧 패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집중했고 단 1점도 주지 않으려 노력했다”며 “지영 선배가 잘 이끌어줬다. 또 결승타까지 기록하지 않았나. 더그아웃에서 감사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제 시즌이 절반 정도 지난 상황에서 안우진은 벌써 개인 최다 승리 기록을 쌓았다. 지금의 페이스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생애 첫 두 자릿수 승수는 꿈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승수는 상관없다. 그저 양현종 선배를 이겼다는 것에 기쁘고 승리를 지켜준 우리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할 뿐이다.
물론 안우진의 엄청난 성장은 단순히 가진 재능과 운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그는 천부적인 재능에 연구와 노력이 섞여 진정한 괴물이 되고 있다.
안우진은 “지난 시즌에 볼 카운트가 몰리면 최대한 바깥쪽으로 승부하려다 많이 얻어맞았다. 지금은 최대한 몸쪽으로 붙여서 던지려고 노력 중이다. 또 내 공에 대한 믿음이 있다. 특히 슬라이더로 유리한 볼 카운트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해 자신 있다”며 노하우에 대해 살짝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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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움 안우진이 새로운 구종을 장착했다. 29일 고척 KIA전에서 나성범과 최형우를 새 구종 포크볼로 아웃시켰다. 사진(서울 고척)=김재현 기자 |
안우진은 2개의 포크볼을 던졌고 모두 아웃 카운트를 만들었다. 2회 나성범을 상대로 삼진을 잡았으며 5회 최형우의 내야 땅볼을 유도하기도 했다. 특히 나성범은 안우진의 포크볼에 삼진당한 뒤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그동안 보지 못한 공이 날아오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더욱 놀라운 건 안우진이 포크볼을 장착한 게 이제 일주일 정도 됐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주에 부산에서 (송신영)코치님께 배웠다. KIA에 강타자가 많은데 그들을 상대로 유리한 볼 카운트 때 던져보고 싶었다. 스트라이크 존 한복판에 떨어져도 헛스윙이 나오더라. 볼 때마다 신기했던 구종인데 좋아 보였고 그래서 배우려 했다”고 밝혔다.
또 “오늘 처음 던져봤다. 포크볼로 삼진을 잡아 더욱 의미가 깊다. 최형우 선배에게 던진 건 실투였다. 만약 제대로 맞았다면 위험했을 것”이라며 “조금 더 익숙해지면 완벽한 내 공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더 배워야 한다. (김)태훈이 형한테도 많이 물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우진의 피지컬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서양형 체구에 150km 이상의 강속구를 오랜 시간 뿌릴 수 있는 선천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를 악마의 재능이라 부르는 건 여러 의미가 있겠으나 그만큼 압도적인 기량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하는
[고척(서울)=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