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에서 은퇴한 천기범(28)이 일본으로 간다.
일본 B2.리그 후쿠시마 파이어본즈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천기범과 계약했다고 밝혔다.
천기범은 2016 KBL 신인 드래프트 전체 4순위 지명자로 한때 ‘천재가드’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기대받는 유망주였다. 2021년 12월 군 제대 후에는 팀을 이끌 선수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음주운전이 발목을 잡았다.
↑ 올해 1월 음주운전 문제로 KBL에서 은퇴한 천기범(28)이 일본 B2.리그 소속 후쿠시마와 계약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이로 인해 천기범은 KBL로부터 54경기(1시즌) 출전정지, 제재금 1000만원, 사회봉사 활동 120시간의 징계를 받았다. 삼성 역시 구단 자체적으로 KBL보다 더 강한 징계를 주려 했으나 선수 본인이 은퇴 의사를 밝히며 정확한 수위는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KBL보다 2배 더 강한 징계였다는 것이 알려졌고 이 때문에 천기범도 은퇴를 결심했다고 전해진다.
천기범의 은퇴 소식이 전해짐과 동시에 오랜 시간 삼성을 이끈 이상민 감독도 사임을 결정했다. 팀 성적이 좋지 않았고 코로나19로 인해 여러모로 어지러웠던 그때 천기범의 음주운전, 사실 은폐 시도, 그리고 은퇴 선언은 적이 아닌 아군을 향해 떨어진 핵폭탄과도 같았다.
징계가 과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은 1990년대가 아니다. 음주운전 사실 하나만으로도 용서받기 힘든 시대다. 여기에 경찰 앞에서 뻔한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이 부분이 처벌 대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삼성에 끼친 악영향도 컸다. 죄질이 매우 나쁜 사례다.
그런데도 본인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제대로 책임지지 않고 그저 유니폼을 벗은 선수가 바로 천기범이다. 3월에는 농구교실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제2의 농구 인생을 시작한다. 한국에선 뛸 수 없으니 일본으로 떠났다.
아직 농구를 그만두기에는 젊은 선수다. 법적인 문제가 없다면 일본에서 뛰는 것 역시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자숙 기간이 거의 없었다. 큰 죄를 저지르고도 제대로 반성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천기범은 후쿠시마와의 인터뷰
유니폼을 벗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어린 생각이다. 제2의 농구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천기범의 음주운전 이후 행보는 그리 지혜롭지 않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