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20세이브를 올린 정해영(20, KIA)이 KBO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성장 중이다.
오승환(39, 삼성), 임창용(은퇴) 등 레전드 마무리 투수들의 기록에도 점점 다가서고 있다.
정해영은 25일 잠실 두산전에서 1.1이닝을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20세이브째를 올렸다. 개인 통산 2년 연속 20세이브 기록이다.
↑ KIA 타이거즈의 마무리 투수 정해영이 2년 연속 20세이브를 올리면서 각종 최연소 세이브 기록을 경신해가고 있다. 새로운 KBO리그의 전설의 길을 밟아가고 있는 정해영이다. 사진=김원익 기자 |
또 정해영은 20세이브로 리그 2위에 올라 수년간 최고 마무리 경쟁을 이끌었던 1위 고우석(LG, 21세이브)과 지난해 ‘세이브왕’인 3위 오승환(삼성, 18세이브)과 함께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25일 경기 종료 후 만난 정해영은 “마지막에 좀 더 깔끔하게 막았으면 좋았을 텐데 세이브 숫자보다는 좀 더 안정적인 투수가 되고 싶다”면서 “마운드에 올라 가면 깔끔하게 막는 투수가 되는 게 목표다. 아직은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며 만족 대신 이날 2안타를 허용한 아쉬움을 먼저 언급했다.
정해영은 최근 3경기 연속 멀티 이닝을 책임졌다.터프세이브 숫자도 3개로 김재윤(kt 위즈)와 함께 리그에서 가장 많다. 그만큼 궂은 상황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해영은 “(멀티이닝이) 힘들지 않다. 내가 쉴 때 형들이 멀티 이닝을 해줬으니까 같이 도와야 한다”며 필승조 일원들과 함께하는 ‘팀 정신’을 먼저 말했다.
23~24일 양일간 휴식을 취하면서도 내내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렇기에 25일 세이브로 모처럼 웃을 수 있었다. KIA 구원진도 이런 정해영에게 ‘우리는 한 팀’이라며 미안해 하지 말라며 어깨를 두드려줬다.
↑ 정해영은 시즌 20세이브를 올려, 고우석(LG, 21개), 오승환(삼성, 18개)과 함께 치열한 세이브왕 경쟁도 펼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스스로는 만족스럽지 않지만 올해 정해영은 역대 KBO리그 선수 가운데 가장 어린 나이, 가장 빠른 페이스로 세이브 기록의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
지난해 최연소 30세이브를 달성한데 이어 이달 2일 20세 9개월 9일로 최연소 50세이브 기록도 새롭게 썼다. 이후 정해영은 이달에만 5개의 세이브를 더 추가했는데, 현재 흐름이라면 레전드 마무리 투수들의 각종 세이브 기록을 모두 경신할 수 있는 페이스다.
아직은 이르지만 KIA가 절반에 1경기 모자란 71경기를 치른 현재 20세이브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삼성 오승환이 갖고 있는 최연소 단일 시즌 40세이브(2006년 24세 1개월 26일)도 돌파할 수 있다.
역대 한 시즌 40세이브를 기록한 투수는 단 4명(정명원, 진필중, 손승락, 오승환) 뿐. 기록 시즌도 7차례인데 오승환이 유일하게 4회 이 고지를 밟았다. 2013년 손승락(넥센, 46세이브) 이후 2020년까지 7시즌 간 대가 끊겼다가 지난해 오승환(44세이브)이 다시 40세이브 시대를 되살렸다.
불과 프로 3년차, 풀타임 마무리 시즌 2년차인 정해영이 이런 기록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대단한 일이다.
그럼에도 정해영은 “팀의 상승세에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많이 신경을 쓴 결과가 세이브로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 더 많이 해야 되니까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며 겸손하게 자신을 낮췄다.
아무리 겸손한 모습을 보여도 정해영의 장래는 밝기만 하다.
↑ 최연소 100세이브도 약 3년을 남겨둔 현재 45세이브만 남아, 사실상 경신을 예약해뒀다. 사진=김영구 기자 |
당장 오승환 이후 가장 어린 나이에 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로 올라선 고우석의 첫 3년과 비교해 봐도, 정해영의 마무리투수로서의 출발이 얼마나 성공적인 지 알 수 있다.
올해 최연소 100세이브 경신이 아쉽게 딱 하루 차이로 무산된 고우석의 첫 3시즌 세이브 숫자는 35세이브였다. 정해영의 2시즌 반 세이브 숫자(55개)가 20개 더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프로 데뷔 이후 마무리 보직으로 정착한 해도 정해영이 고우석보다 한 시즌 더 빠르다.
2013년 손승락-오승환 이후 뚜렷한 강자가 없이 매년 주인이 바뀌었던 최고 마무리 투수 경쟁에 올해 고우석이 가장 앞서가는 가운데 정해영이 가세하고 오승환이 그 뒤를 바짝 쫓으며 더 불이 붙었다.
다크호스에서 유력한 세이브왕 도전자가 됐지만 여전히 정해영은 개인 기록보단 아직 경험이 없는 팀 가을야구에 더 관심이 많다.
포스트시즌에 대한 각오를 묻자
이렇게 또 1명의 젊은 투수가 레전드가 되는 길을 밟아가고 있다.
[잠실(서울)=김원익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