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다는 반응은 이제 식상하지 않을까.
2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LG전. 7회말 LG가 3-1로 앞선 가운데, 6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친 선발 이민호에 이어 필승조 정우영이 올랐다. 정우영의 3연투 경기. 선두 타자는 장성우였다. 힘 있는 타자다. 한 방이 있는 타자이기에 늘 조심해야 하는 선수다.
볼 카운드 2-1에서 장성우가 정우영의 149km 투심을 그대로 밀어 쳐 중견수 방면으로 타구를 날렸다. 모두가 최소 안타에서 2루타로 생각할 정도로 좋은 타구가 나왔으나 그는 아웃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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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도 박해민의 호수비는 계속된다. 사진=천정환 기자 |
8회에도 그는 또 등장했다. 직전 3타석에서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던 앤서니 알포드가 이정용의 147km 투심을 그대로 밀어 쳤다. 이번에도 모두가 최소 2루타로 생각할 정도의 타구가 나왔다. 박해민은 계속해서 질주했고, 잡기 어려운 자세로 공을 글러브에 넣었다. 펜스랑 부딪히며 잡아냈다. 살짝 표정을 찡그렸지만, 이내 털어내고 다시 일어나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SPOTV 중계진은 "무슨 말이 필요한가. 실점을 막았다. 집중력을 잃지 않고 공을 잡아냈다. 흔들려서 공이 10개로 보이는 데 잡아냈다"라고 말했다. 8회말 kt의 공격이 끝난 후 원정 3루석에서는 박해민의 이름을 연호했고, 박해민도 환하게 웃었다.
만약 박해민의 호수비 없이 2개의 큰 타구가 상대의 안타로 이어졌다면 어땠을까. 3-1, 안심할 스코어는 아니었기에 긴박한 상황 속에서 승부를 펼쳐야 했을지도 모른다. 박해민의 호수비 2번 덕분에 LG는 위기를 넘겼고, 결국 승리를 챙기며 kt에 위닝시리즈를 챙겼다. 5연속 위닝시리즈.
박해민은 이날 5타수 1안타로 출루는 1번 밖에 기록하지 못했지만 중계진의 말처럼 실점을 막은 좋은 수비로 2안타 이상의 활약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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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딪혀도 잡는다. 사진=김재현 기자 |
LG는 올 시즌을 앞두고 FA 박해민을 4년 60억을 주는 조건으로 삼성에서 데려왔다. 4월 타격에서는 부진했지만 수비에서는 늘 안정감이 돋보였다. 타율도 우리가 알던 박해민의 타율로 돌아오고 있다. 시즌 초반 타율 1할대였지만, 이제는 어느덧 2할 8푼 근접(0.278)까지 왔다.
류지현 감독은 지난 15일 "박해민의 가치는 어떤 기록적으로 보이는 것보다 조금 더 크다"라고 말하며 박해민의 가치를 높게 산 바 있다.
박해민은 넓은 수비를 갖춘 리그 최고의 중견수 중 1명이다. 잡을 수 없는 타구를 계속해서 달려가 몸을 날리며 잡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넓은 커버
리그 반환점이 돌았다. 지금쯤 류지현 감독은 박해민을 데려오기 위해 지불한 60억이 전혀 아깝지 않을 것이다.
[수원=이정원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