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를 살리고, 기다려라'
한국배구연맹(KOVO)과 대한민국배구협회는 23일과 24일, 양일에 걸쳐 2022 해외 우수 배구 지도자 초청 기술 세미나를 열었다. 최근 고난의 길을 걷고 있는 한국 배구 앞으로의 해결 방안을 세계 명장들의 이야기를 통해 함께 찾아보고자 하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일본리그 파나소닉 팬더스를 이끌고 있고, 2020 도쿄올림픽에서 프랑스 남자배구에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겨준 로랑 틸리(59) 감독, 이탈리아 여자배구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마시모 바르볼리니(58) 스칸디치(이탈리아) 감독이 함께 했다.
↑ 로랑 틸리 감독은 높이 대신 스피드에서 답을 찾아보길 권유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
틸리 감독은 2012년 프랑스 남자배구 대표팀 부임 후 도쿄올림픽 금메달을 따기까지 9년이라는 장기 플랜을 짰다.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심어줬고,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능력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금메달이라는 아름다운 수확을 거뒀다.
틸리 감독은 "팀 분위기가 중요하다. 그리고 신뢰, 체력, 전술까지 4가지를 갖춰야 한다. 최고의 팀이 되려면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올림픽에서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틸리 감독은 현재 일본리그에 몸을 담고 있다. 신체적인 한계가 분명함에도 일본 남자배구는 국제 대회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도쿄올림픽 8강을 비롯해 현재 열리고 있는 2022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도 힘을 내고 있다. 2000 시드니올림픽 이후 20년이 넘는 세월 올림픽에 나가지 못한 한국 남자배구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그는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키가 크지 않다. 키가 더 크지 않는다면 한국 배구 특성을 살려 거기에 맞는 스피드를 찾는 게 중요하다"라며 "일본은 키가 작지만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신장이 크지 않기에 집중적으로 리시브, 수비 훈련을 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1989년부터 감독직을 맡기 시작한 바르볼리니 감독. 그는 잔뼈가 굵다. 이탈리아 여자배구대표팀(2006~2012), 터키 여자배구대표팀(2013~2015), 터키리그 엑자시바시, 이탈리아리그 노바라 등에서 감독 생활을 이어왔다.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 4회, 월드컵-유럽 챔피언십 우승 각 2회 경험이 있다.
↑ 바르볼리니 감독은 침착하게 기다릴 여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
바르볼리니 감독은 "김연경은 강한 선수였다. 그를 상대할 수 있어 운이 좋았다. 한국이 지금 당장 김연경을 대체하는 건 불가능하다. 세대교체는 쉽지 않다.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앞으로의 여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거다. 침착하게 천천히 기다려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플레이하는 방식은 변하더라도, 개인 능력은 변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노력이다. 계속해서 노력해서 개인의 능력을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세계 배구는 빠르게 변하고 있고, 한국 배구도 이 흐름을 맞추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이
새로운 시대를 열 시간이다. 아직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노력과 기다림이 합해진다면 분명 한국 배구에 햇빛 뜰 날이 올 거라는 걸 많은 팬들은 알고 있다.
[상암(서울)=이정원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