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스포츠 역사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이름이 있다. 바로 김현준이다.
흔히 김현준이라 하면 ‘전자슈터’로 이름을 날렸던 故김현준을 떠올리게 된다. 그럴 수밖에 없다. 한국농구의 전설이자 과거 황금기를 이끌었던 남자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영감을 받아 새로운 전설이 된 선수가 많고 또 그때를 추억하는 팬들 역시 많다. 김현준의 이름으로 마련된 농구 장학금을 받은 어린 선수들이 이제는 프로 선수가 되어 코트를 누비고 있다.
그런 김현준이 세상을 떠난 지 23년이 흐른 지금 삼성 스포츠 팬들이 다시 한 번 ‘김현준’에 열광하는 시대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농구가 아닌 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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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준이란 이름은 20년 전 삼성 스포츠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년이 지난 지금 삼성 스포츠 팬들은 또 다른 김현준(20)에 열광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기록이 말해주고 있다. 김현준은 6월 20경기 동안 타율 0.368을 기록 중이다. 오재일(0.300)을 제외하면 삼성 타선에서 6월 내 유일하게 3할을 훌쩍 넘었다. 정은원(한화), 이정후(키움), 소크라테스 브리토(KIA), 안권수(두산) 등 불방망이를 과시하고 있는 이들에 이어 전체 5위에 이름을 올렸다. 0.455의 출루율은 전체 4위다.
8경기 연속 안타, 2경기 연속 멀티 히트 등 팀 성적이 좋지 않아 가려진 부분이 많다. 구자욱, 이원석, 김상수, 김지찬, 이재현 등 주축 타자들이 대거 이탈한 현시점에서 삼성, 그리고 허삼영 감독이 가장 신뢰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허 감독은 지난 24일 “김현준은 남다른 선구안을 가지고 있다. 좋은 눈을 가지고 있고 변화구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여기에 타격 밸런스까지 갖추고 있으니 잘할 수밖에 없다”고 극찬했다.
빈공에 허덕인 채 0-3으로 무기력하게 패한 한화 이글스전에서도 김현준만은 빛났다. 장민재를 상대로 3타석 연속 정타를 때려낸 유일한 선수였다. 첫 타석에선 깔끔한 좌전 안타를 기록하더니 3번째 타석에는 2루타를 때려냈다. 아웃 처리된 2번째 타석에서도 안타성 타구를 만드는 등 남다른 감각을 뽐냈다. 마지막 4번째 타석은 볼넷으로 3타수 2안타 1볼넷으로 2경기 연속 멀티 히트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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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김현준(20)은 LG로 떠난 박해민의 빈자리를 제대로 채워줄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공수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 기록을 내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삼성은 올해 시즌 운영에 있어 여러 부침을 겪고 있지만 김현준이라는 확실한 수확물이 얻었다. 박해민(LG)이 떠난 주전 중견수 자리, 그리고 리드오프를 책임져줄 수 있는 새로운 푸른 피를 발견한 것이다. 초반 반짝 활약한 후 자취를 감추는 것이 아닌
2021 KBO 드래프트 2차 9라운드 전체 83순위.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서서히 빛나고 있는 김현준은 9라운드 신화, 그리고 중고신인 신분으로 신인상 트로피에 조금씩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고 있다.
[대전=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