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두산 베어스가 중하위권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새로운 신예 선수의 탄생도 더뎌지면서 일각에선 오랜기간 두산의 트레이드마크였던 ‘화수분 야구’에 대한 새로운 주장들이 나왔다.
‘두산의 화수분 야구도 옛일이다. 그 내용물이 마른 지 오래’라는 주장이었다. 키움을 비롯해 젊은 선수들이 선수단 중심에 서는 구단들이 많아지면서 100km로 달리면서 타이어를 갈아 끼우는 두산의 리빌딩 신화도 빛이 바래지는 듯 했다.
하지만 메마른 듯 했던 그 토양에 또 하나의 단비가 내려왔다. 꽃미남 예비역 스타가 될 조짐이 보이는 외야수 양찬열(25)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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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찬열은 전역 이후 2경기 연속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새로운 신예의 탄생을 알리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물론 경기를 치를수록 당연히 내려갈 수밖에 없는 OPS 기록이지만, 양찬열의 2경기 임팩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양찬열은 2022년 5월 전역 이후 21일만의 1군 등록 경기였던 21일 인천 SSG전에서 안타-투런 홈런-2루타-볼넷을 차례로 신고하며 3루타가 빠진 사이클링급 3타수 3안타(1홈런) 3득점 3타점 1볼넷 활약으로 제대로 사고를 쳤다.
이런 활약으로 이틀 연속 선발 기회를 잡은 양찬열은 22일 인천 SSG전에선 7회 초 1-3으로 지고 있던 상황 따라 붙는 추격의 솔로홈런을 때렸다. 최종성적은 5타수 2안타(1홈런) 1득점 1타점 1삼진. 연장 접전 끝 패배로 빛이 바랬지만 만약 두산이 승리했다면 이틀 연속 승리의 주역이 될 수 있었다.
올 시즌 신예 야수들이 1군 등록 이후 활약을 이어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 SSG의 내야수 전의산, LG의 외야수 문성주-내야수 손호영, 키움 박찬혁 등이 대표적인 그 후보들이다. 그리고 신인왕 자격까지 유지하고 있는 양찬열이 그 대열에 합류하는 모양새다.
단 2경기 활약에 너무 이른 호들갑일까? 양찬열이 보여준 말과 행동의 일치에서 오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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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에 꽃미남 예비역 스타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바로 외야수 양찬열이다. 사진=김원익 기자 |
그리고 2020년 11월 양찬열은 곧바로 입대를 결정했다. 상무 지원도 고려했지만 NC 김성욱과 키움 임병욱 등 자신보다 프로 커리어가 더 좋은 외야수들이 지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현역으로 지원, 강원도 양구군의 21사단에서 정찰병으로 1년 6개월의 복무 기간을 마쳤다.
그 기간에 대해 양찬열은 “TV로 매일 야구를 봤었다. 같은 부대에 포수 출신인 대학교 동기 친구가 1명 있어서 걔랑 맨날 캐치볼을 했다”라며 “영하 7도에도 매일 캐치볼을 하고, 스윙 연습도 하고, 웨이트도 하고 그렇게 운동했었던 것 같다”고 했다.
프로 입단 후 성실함과 노력을 인정받아 이른 1군 무대에도 데뷔했다. 하지만 대졸선수로서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 다음 미래를 위해 입대한 이후에도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놓지 않았다.
이런 노력을 가상히 여긴 양찬열의 부대 대대장(한화 팬)도 배트 반입을 허락해주고 여러 편의를 봐주기도 했다. 전역 과정도 범상치 않았다. 약 70일 정도의 휴가를 모두 쓰지 않고 모아 조기 전역 했고, 곧바로 팀 복귀 준비를 마치고 두산 퓨처스팀에 합류했다. 그리고 1군에 등록되기까지 걸린 시간이 단 21일이다.
퓨처스리그에 있는 기간에도 17경기 타율 0.329(70타수 23안타), 2홈런, 13타점 기록하며 두산 퓨처스팀 코칭스태프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마침 기회도 왔다. 1군에서 외야수 김인태의 몸 상태가 좋지 않고, 정수빈 등 기존 선수들의 타격 컨디션이 떨어졌고 새로운 피의 수혈이 필요했던 상황.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21일 “워낙 퓨처스 기록이 좋고, 코칭스태프들의 평이 좋다. 어떤 모습인지 보고 싶어서 올렸다”며 양찬열의 콜업 배경을 전했다. 그리고 양찬열은 그 호평의 이유를 1군에서 실력으로 증명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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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역 복무를 하면서도 손에서 놓치 않았던 공과 방망이. 그리고 그 인내의 노력들은 1군 무대에서의 짜릿한 홈런으로 보상 받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야구를 그리워했던 1년 반의 기간. 그리고 프로 무대에 데뷔하기 위해 야구에 쏟아부었던 십수년의 그 많은 노력의 시간들에 차곡차곡 쌓은 마음으로 이번에 콜업되면서 양찬열은 다짐한 게 있었다.
“이제는 ‘내가 쫄면 안된다’라고. 사실 주눅이 많이 드니까, 그렇게 하지 않고. 물러설 데가 없으니까 ‘내가 해야 된다’라고 계속 다짐하면서 최대한 즐기려고 생각했다.”
말하는대로, 마음먹은대로, 양찬열은 실전 체질이었다. 그 자신도 ‘왜 이렇게 생각보다 마음이 편하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지금 1군의 시간 들이 딱 맞는 옷을 입은 것 같다.
화려하지 않았던 야구 인생. 언젠가 빛날 때까
“올해 목표는 계속 1군에 있는 거다. 계속 버티고 버티다 보면, 지금 당장은 주전은 아니지만 언젠가 기회가 찾아올 거고 그 기회를 잡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게) 제 자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하고 열심히 하면 목표가 이뤄지지 않을까.”
[인천=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