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의 ‘슈퍼루키’ 김도영(18)이 1군 엔트리에서 다시 생존했다. 단순한 연명에 그치지 않으려면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김도영은 시즌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11명의 신인 가운데 올 시즌 유일하게 한번도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지 않은 루키다. 그리고 그 나날을 다시 늘렸다.
KIA는 20일 1군 엔트리에서 투수 홍상삼(32)과 장재혁(20), 외야수 김석환(23)을 말소하며 휴식일 선수단에 상당한 변화를 줬는데, 김도영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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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 타이거즈 김도영이 1군 엔트리에서 생존했다. 사진=MK스포츠 DB |
하지만 김도영이 말소 되지 않은 것은 다소 예상외다. 개막전부터 많은 기회를 받았던 김도영은 50경기 타율 0.198/ 9타점 / OPS 0.517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이달 들어 한 차례도 선발로 출전하지 못하면서 1군에서 비중도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 일각에선 김도영과 김석환 등 젊은 야수 유망주 자원들을 퓨처스리그로 내려 경기 출전 경험을 늘려주는 편이 성장에 더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김종국 KIA 타이거즈 감독 역시 김석환을 적당한 시기 퓨처스리그로 내려 실전 경기에 더 많이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그리고 그 육성 과정의 일환으로 김석환을 1군에서 내린 셈이다.
김도영에 대해서도 김 감독은 비슷한 방향성을 밝혔다. 앞서 그는 “김도영과 김석환은 언젠가는 퓨처스리그로 내려가서 경기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아직은 시기가 아니”라며 1군 뎁스를 더 풍부하게 채울 수 있는 자원들이 돌아오면 두 사람을 퓨처스로 내려보내겠다고 했다.
결국 김석환과는 다른 김도영의 1군 쓰임새에 주목한 모습. 김 감독은 “김도영은 현재도 대주자로는 1군에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고 대수비로도 기용할 수 있다”라며 1군 뎁스를 늘리는 차원에서 김도영을 잔류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이미 한 차례 1군 엔트리에서 말소 돼 2번째 말소인 김석환과 꾸준히 1군에 남아 있는 김도영의 거취도 이런 차이에서 엇갈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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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11명의 신인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한 번도 퓨처스리그로 내려가지 않은 김도영은 이제 단순한 생존자에 그치는 게 아닌, 자신의 야구를 보여줄 때다. 사진=MK스포츠 DB |
21일에는 2명의 선수가 모두 등록될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최소한 1명이라도 1군으로 올라올 것이 매우 유력하다. 김호령과 고종욱이 가진 역량을 고려했을 때나 경험측면에서나 이들의 1군 합류는 시간문제였다. 결국엔 포지션이 겹치는 김도영의 입지는 앞으로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올 시즌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슈퍼루키’에 대한 기대치는 이제 많이 엷어진 상태. 더는 시간을 주기도 어렵다. 김도영이 교체자원으로라도 다른 경쟁 선수들과 비교 우위의 장점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이미 동기들이 대부분 사라진 1군 무대. 김도영이 그저 ‘살아남은 자’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제는 더 의미 있는 순간들을 보내야 할 때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더는 시즌 초 쏟아졌던 기대에 눌리거나 지나친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다. 환상이 사라진 이후시간을 두고 앞으로 보여줄 오랫동안 보여줄 모습이 김도영의 ‘진짜 야구’다.
그 시간을 빨리 찾아 ‘자신의 야구’를 하는 것이 KIA를 위해서도 김도영을 위해서도 좋을 일이다.
생존은 원래 슬픈 일이다. 역경을 이겨내고 버티는 것이라서다. 어딘가 김도영의 처지와도 비슷한 듯 해서, 독일의 극작가 겸 시인인 베르톨르 브레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