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수전 다 겪은 ‘코트 위의 신사’도 2년 만에 돌아온 코트는 어색했다.
추일승 한국 농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17, 18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필리핀과의 A매치 2연전을 모두 승리로 마무리했다. 2019-20시즌 고양 오리온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무려 2년 만에 돌아온 그였지만 승부사 기질은 어디 가지 않았다.
추 감독은 ‘코트 위의 신사’로 불린다. 멋진 정장 스타일, 그리고 코트 위에서 항상 품격 있는 모습을 보이는 그다. 그러면서도 승부처에서 보여주는 날카로운 전술, 그리고 한국농구의 고정된 틀을 깨는 모습에 지지도 역시 높다.
↑ 추일승 한국 농구대표팀 감독은 18일 안양 필리핀전 이후 “설레고 두려웠다”고 이야기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도 2년의 공백은 꽤 어색했던 모양이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
실제로 추 감독과 대표팀은 이번 필리핀 2연전에서 수비 약점을 많이 노출했다. 2경기 평균 101.0점을 넣을 정도로 공격력만큼은 대단했지만 97.0점을 준 수비는 옥에 티. 장신 라인업의 고질적인 앞선 수비 문제를 단기간에 보완하기는 어려웠을 터. 그 역시 “실점 과정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라며 인정했다.
그러나 추 감독은 단점보다 장점을 더 가치 있게 바라보는 지도자다. 그는 “필리핀의 골밑을 잘 노렸고 속공 점수도 늘렸다. 정규리그 때 선수들의 장점을 살펴봤지만 하나의 팀이 됐을 때 보이지 않던 단점이 나타난 건 사실이다. 그래도 지고 있을 때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얻은 게 많은 경기였다”고 바라봤다.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2022를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옥석 고르기에 나선 추 감독이지만 미처 출전 기회를 주지 못한 하윤기, 문정현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2경기 모두 예상외로 4쿼터까지 흐름이 팽팽했던 탓에 여유가 없었다. 지도자로서 승리하고 싶은 마음을 누가 비판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내 책임이다”라고 자책한 추 감독이다.
일단 추 감독과 대표팀의 동행은 이제 첫걸음일 뿐이다. 아시아컵 역시 최종 목표는 아니다. 내년에 열릴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추 감독과 대표팀이 바라보는 목적지다. 넓게 보면 아직 1년 정도 시간이 있는 셈이다.
추 감독에 대해 막연하게 기대감을 높이는 건 아니다. 그는
[안양=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