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겼다. 근데 숙제가 가득하다.
한국 농구대표팀은 17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초청 2022 남자농구 국가대표 평가전 필리핀과의 A매치에서 96-92로 역전 승리를 차지했다. 일단 결과는 승리인데 얻은 게 거의 없다. 오히려 보완해야 할 부분만 가득하다.
추일승 대표팀 감독은 국제농구연맹(FIBA) 인도네시아 아시아컵 2022를 앞두고 열리는 이번 필리핀과의 평가전에서 부상 인원 외 최대한 차출할 수 있는 프로 최정예 멤버를 로스터에 포함했다. 여기에 이미 프로급 뛰어난 기량을 갖춘 여준석을 포함하며 함께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선수들을 모았다. 그러나 첫 경기 결과를 제외한 나머지를 들춰보면 F 학점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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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농구대표팀은 17일 안양 필리핀전에서 96-92로 역전 승리했다. 그러나 역전 승리라는 것만으로도 도취 될 이유는 없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
사실 이번 필리핀은 대학선발에 가깝다. 지난해부터 PBA(필리핀프로농구) 선수들을 국가대표로 차출할 수 없는 환경(코로나19로 인해 자국 리그가 오랜 시간 열리지 못하자 재개된 순간부터 프로 선수들에 대한 국가대표 차출을 최대한 막았다)이 되자 극단적인 세대교체를 실행했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올해는 더 어리고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많다. 여기에 그나마 기둥 역할을 했던 핵심 전력의 대거 이탈로 지금의 필리핀은 대표팀의 스파링 파트너로 보기는 힘든 전력이다. 마치 해외파가 거의 다 빠진 이집트를 상대한 한국 축구대표팀처럼 말이다. 심지어 2021 하노이 동남아시안게임 참사 이후 지휘봉을 잡은 네나드 부치니치 필리핀 감독은 한국전이 첫 실전이었다.
이런 필리핀을 상대로 대표팀은 전반 내내 압도당했다. 라건아의 컨디션이 좋지 않자 세트 플레이 상황에서 전혀 득점하지 못했다. 트랜지션 오펜스 전개 과정에서 좋은 패스가 수차례 전달됐지만 마무리하지 못하며 오히려 역습 기회를 내주고 말았다. 추 감독도 “전반에는 득점해야 할 때 오히려 실점하며 힘든 경기를 했다”고 진단했다.
↑ 한국 농구대표팀은 18일 안양에서 다시 필리핀과 2차전을 치른다. 1차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야만 하는 상황이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
외곽 수비가 뚫리니 골밑도 흔들렸다. 대표팀의 2점 성공률이 43%(12/28)일 때 필리핀은 62%(13/21)로 높았다. 장신 선수가 대부분 빠진 필리핀과의 리바운드 싸움이 25-21, 4개차에 불과했다는 것도 박스 아웃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추 감독이 강조한 빅 라인업의 시너지 효과도 나오지 않았다. 최준용과 여준석, 김종규, 라건아가 코트에 함께 투입됐을 때 최단신 필리핀을 상대로 높이의 우위를 점한 것 외 코트 전체가 좁아진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냈다. 송교창과 양홍석이 투입됐을 때는 오히려 더 뻑뻑했다. 과거 포워드 농구로 명성을 날린 추 감독이지만 단기간에 조합을 맞춰야 할 국가대표 경기에선 크게 재미 보지 못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허술한 외곽 수비의 문제는 빅 라인업이 가지고 갈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약점이기도 하다.
후반 역전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건 허웅, 허훈, 최준용, 그리고 여준석이었다. 몰아치기에 능한 4명의 선수가 개인 기량을 발휘하니 어리고 경험 없는 필리핀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필리핀처럼 팀으로서 공격을 풀어가는 장면은 많지 않았다. 전반에는 허훈의 패스를 득점으로 마무리하지 못하던 동료들이 후반에는 해결해주자 득점과 어시스트가 많이 쌓였을 뿐이다.
역전 승리는 언제나 짜릿하다. 그러
[안양=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