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의 C’라는 무게를 안고 경기에 나서야 할 한화 캡틴 하주석이 또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 6연패에 빠진 팀보다 위대한 개인은 없다. 팀에게도 팬들에게도 보여선 안 될 행동이었다.
하주석은 16일 대전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홈경기 8회 말 0-2로 뒤진 상황 1사 1루에서 헛스윙 삼진을 당한 이후 홈플레이트에 배트를 내리꽂으며 내동댕이쳤다. 송수근 심판이 곧바로 퇴장을 명령하자, 흥분한 하주석은 거친 감정을 그대로 표출했다.
그보다 앞서 구승민의 146㎞짜리 초구 직구가 바깥쪽 코스로 들어와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오자 타석 주위를 한 바퀴 돌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때도 송수근 주심은 불만을 표시하는 하주석을 타석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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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캡틴 하주석이 폭력적인 행동으로 그라운드에서 퇴장을 당했다. 이후에도 헬멧을 집어 던지는 돌출 행동을 벌였다. 평소에도 하주석은 타석에서 아쉬움을 자주 표현한다. 하지만 도를 지나친 행동은 캡틴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 사진=MK스포츠 DB |
하주석은 퇴장당하는 와중에도 뒤를 돌아 몇 번이나 송수근 심판에게 항의를 했고, 급기야는 더그아웃으로 들어서는 과정에서 헬멧을 집어던지기까지 했다.
중계화면을 통해 나타나진 않았지만 하주석이 던져 더그아웃 상단 천장을 맞고 튕겨 나온 헬멧에 뒤통수를 가격당한 웨스 클레멘츠 한화 수석코치가 그 자리에서 쓰러지는 영상이 온라인 상에 퍼지면서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이런 현장 영상은 팬들을 통해 커뮤니티 등에 올라와 퇴장 이후 한화의 민낯까지 고스란히 노출됐다.
영상에서 하주석은 돌발 행동과 사고로 한화 더그아웃이 얼어붙은 와중에도 헬멧에 가격당한 클레멘츠 수석코치를 그냥 지나친다. 그리고 그런 하주석을 선수나 코칭스태프 중 아무도 제지하거나 말리지 못하고,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조차 지켜만 보고 있는 장면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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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보다 위대한 개인은 없다. 하주석이 포효해야 하는 순간은 팀을 위해 무언가를 해냈을 때다. 사진=MK스포츠 DB |
하지만 경기 후반 불필요한 행동으로 퇴장 되고, 그리고 나서도 계속 이어진 항의, 또 더그아웃에서 팀원들을 향해 헬멧을 집어던진 행동은 결코 ‘원팀’의 일원이나 나아가 캡틴으로선 해선 안 될 행동이었다. 더군다나 하주석이 헬멧을 던진 곳 팬들이 이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그라운드 위에서였다.
실제 이런 하주석의 독불장군식 돌발행동은 이후 분위기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8회 말 선두타자 김태연의 볼넷으로 기회를 잡았던 한화는 이진영이 삼진을 당하고 하주석이 소동을 일으켜 물러난 이후 변우혁이 1루수 땅볼로 아웃돼 득점 기회를 허무하게 놓쳤다.
오히려 9회 초 하주석이 이도윤과 교체된 이후 어수선한 분위기 속 2사에서 3루수 실책에 이은 한동희에게 1타점 쐐기 적시타를 허용해 0-3까지 스코어가 벌어졌다. 한화는 9회 말에도 안타 1개만을 추가하는 데 그치며 그대로 패했다.
이로써 한화는 6연패, 최근 10경기 2승 8패의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물론 이런 패배가 모두 하주석 혼자만의 책임은 아니다. 하지만 드러난 책임 없는 행동에는 분명한 대가가 따라야한다. 그게 팀의 규율이고 원칙이며 ‘원팀(One Team)’의 정신이다.
하주석이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표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시즌 한화 이글스의 144경기를 기록으로 남긴 다큐멘터리 ‘클럽하우스’ 4화 오프닝에서도 하주석이 더그아웃 뒤편에서 배트를 부수고 구단 기물을 발로 차며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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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주석이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모습은 한화의 2021시즌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도 비춰지기도 했다. 팀 분위기를 해치는 반복되는 행동의 문제를 한화 내부에서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진=왓챠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클럽하우스> 4화 캡처 |
이후 이런 하주석과 면담을 가진 수베로 감독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과정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 둘이 나눈 내용은 개인적인 프라이버시라 비밀로 하겠다”며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캡틴을 두둔했다.
외부에 하주석이 이런 행동을 반복하는 개인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반복적으로 이런 행동을 하는 게 하주석 개인 이 가진 특성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통제하지 못하는 구성원이 팀을 대표하는 자리에서 선수단을 뭉치
한화는 올해 무관심 속에 3년 연속 3할 승률의 부진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팀을 구해야 할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와중에 나온 하주석의 돌출행동은 그래서 더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