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투수들은 1군에 있다고 해서 저절로 1군 투수가 된다는 착각을 해선 안된다. 또 1군에 있다고 다 1군 투수인 건 아니다. 독립리그를 거쳐 어렵게 기회를 잡은 윤산흠(23)의 간절함을 배웠으면 좋겠다.
롯데 자이언츠가 한화 이글스에 11-5로 승리한 15일 대전 프로야구 경기를 봤다. 이 경기는 한화 입장에선 참 할 말이 없는 정도의 경기였고, 한화의 갈 길이 아직 멀다는 느낌을 받았다.
승리한 롯데 투수들을 이야기하고 싶지만, 패자의 경기력이 너무나 좋지 않았기에 한화 마운드 위주로 얘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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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윤대경의 구속은 130km 중후반대에 주로 머물렀다.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구원투수로 나왔을 때보다 4~5km 이상은 떨어지는 구속이다. 개인적으로 윤대경은 불펜투수나 최대 3이닝 정도를 소화하는 롱릴리프일 때 가장 좋을 투수라고 본다. 한화 선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이런 윤대경의 특성을 한화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가 잘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윤대경은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투심, 스플리터 등 수준급의 변화구를 가진 투수다. 하지만 그것도 직구 위력이 살아나지 않으면 함께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직구 승부가 되지 않았기에 변화구 위주로 어렵게 피해 가는 투구를 하다가 실투가 나오고 난타를 당하는 모습이 15일 경기에서 계속해서 나왔다.
오히려 한화의 3번째 투수였던 김재영(2이닝 무실점)이 잘 다듬으면 선발로 더 어울리는 자원이라고 봤다. 김재영은 볼 끝의 움직임이 굉장히 좋고, 변화가 심해 타자들이 공략하기 쉽지않다. 언더투수로서 구속도 140km면 나쁘지 않다. 볼넷 허용과 제구력 문제를 가다듬으면 직구-포크-커브-슬라이더 등의 다양한 변화구를 활용한다면 선발로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는 걸 15일 경기에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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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투수들은 윤산흠의 간절함을 배워야 한다. 사진=MK스포츠 DB |
한화 투수들은 이런 윤산흠의 마음가짐과 간절함, 자세를 배워야 한다. 이날 7명의 투수가 나와서 보여준 모습은 김재영, 주현상, 윤산흠 정도를 제외하면 전혀 1군 선수답지 않았다. 한화의 마운드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1군 경기에 뛸 기회를 받은 이도 있다는 걸 한화 투수진도 알아야 한다.
1군에 있다고 저절로 다 1군 투수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실망스러운 모습을 계속 보여주는 건 한화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7회 윤호솔은 1,2구 볼 이후 3구째 142km 직구를 던져 한동희에게 만루홈런을 맞았다. 평소 140km대 후반의 공을 던지는 투수가 만루에서 그 정도의 공을 던진 다는 건 1군에선 사실 있어선 안 되는 일이다. 프로라면 적어도 최상의 모습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
경기를 지켜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거웠다. 한화의 갈 길이 너무 멀고, 정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들이었다. 매년 하위권에 머무르면서도 마운드에선 구단의 주축이 될 선수들이 수년째 나오고 있지 않으니 문제가 심각하다. 애정을 갖고 지켜보다가도 할 말이 없어지는 경기력
한화 1군 투수 스쿼드 일부는 냉정히 말해 타 팀이라면 경기에 나올 수 없는 수준이다.
어찌 보면 매 경기가 전부일 수 있다. 소중한 기회인만큼 한화 투수들이 더 철저한 준비와 다른 마음가짐으로 경기에서 싸울 수 있길 기대한다.
(전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