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그날처럼, 한국 축구에 포기는 없었다.
2002년 6월 10일은 한국 축구에 있어 의미 있는 날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미국전이 열린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한국은 0-1로 뒤져 있었으나 후반 32분 이을용의 올린 프리킥을 안정환이 헤딩으로 연결했다. 1-1 무승부를 거뒀다. 짜릿한 동점골에 당시 경기가 열렸던 대구월드컵경기장은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정확히 20년 후, 2022년 6월 10일에도 한국 팬들을 흥분케 할 A매치가 열렸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파라과이의 6월 A매치 4연전 그 3번째 경기가 팬들을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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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수원월드컵경기장)=천정환 기자 |
대한축구협회는 "경기 날짜가 2002년 한일월드컵 미국전과 같은 6월 10일임을 감안해, 당시 ‘붉은악마’의 카드섹션 문구 ‘GO! KOR 16!’에서 따왔다. 그때는 16강 진출을 염원하며 만든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을 향해 나아가자는 뜻에서 22로 바꿨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최전방에 황의조(보르도)가 2선에 손흥민(토트넘), 권창훈(김천상무), 나상호(FC서울)가 황의조 밑에 섰다. 중앙에는 황인범(FC서울)과 백승호(전북현대)가 위치했다. 김진수(전북현대), 김영권(울산현대), 정승현(김천상무), 김문환(전북현대)이 포백을 형성했다. 골문은 김승규가 아닌 조현우(울산현대)가 지켰다.
열띤 응원을 받은 선수들은 경기 시작부터 최선을 다했다. 끊임없는 패스와 돌파로 상대 수비 간격을 파고 들었다. 전반 9분 황인범이 경기 첫 슈팅을 시도하고, 12분 손흥민이 상대 수비진을 따돌릴 때에는 관중석에 큰 환호가 나왔다.
장내 아나운서의 이야기에 모두가 자기 자리에 있는 카드를 들었다. ‘GO! KOR 22!’가 장관을 이뤘고, 선수들도 이를 보고 더욱 열심히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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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수원월드컵경기장)=천정환 기자 |
그러나 팬들은 실망하지 않았다. 동점골을 염원했다. 그래서 더욱 큰 함성으로 선수들을 응원했다. 전반 추가 시간 김진수의 헤더가 골대를 맞고 나오고, 나상호의 전반 마지막 슈팅이 골문을 벗어나자 모두가 아쉬움의 탄성을 보였다.
뜨거운 응원을 보냈으나 전반은 0-1로 끌려간 채 끝났다.
후반 5분 또 한 번의 실점을 내줬다. 단 한 번의 역습이 실점으로 연결되는 또 하나의 아쉬운 순간이 다가왔다. 선제골의 주인공 알미론이 환상적인 왼발 감아차기 슈팅을 선보였다. 조현우가 몸을 날리고 손을 쭉 뻗었으나 실점은 막지 못했다.
40,228명의 함성은 선수들을 일으켜 세웠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추격골 기회를 봤다. 그리고 추격골을 넣었다. 후반 19분 상대 박스 부근에서 황의조가 상대 수비의 파울을 유도했다. 그리고 이를 손흥민이 깔끔하게 득점으로 연결했다. 손흥민의 A매치 2경기 연속골이자 통산 A매치 33호골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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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수원월드컵경기장)=천정환 기자 |
응원의 힘이 누적된 결과, 극적인 동점골이 나왔다. 후반 교체 투입된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 추가 시간 오른쪽 측면에서 날아온 엄원상(울산현대)의 패스를 깔끔하게 오른발로 밀어 넣으며 득점으로 연결했다.
비록 원하는 승리는 가져오지 못했으나 경기장을 찾은 40,228명의 팬들은 선수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0-2에서 2-2 무승부를 만든 선수들의 투혼과 끈기에 감동 받았기 때문이다.
20년 전 그날처럼 포기하지 않은 결과 무승부라는 값진 결과를 가져왔다.
경기 후 벤투 감독도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끈기, 의지는 높게 산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제 한국은 A매치 4연전 마지막 경기만을 앞두고 있다. 오는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집트와 경기를 가진다.
이날 보여준 끈기와 의지에 관중들의 응원이 더해진다면 이집트도 문제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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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수원월드컵경기장)=천정환 기자 |
[수원월드컵경기장=이정원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