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데뷔한 진해수(35, LG 트윈스)는 141홀드로 현역 통산 1위에 올라 있다.
현역 2위 정우람(한화)이 130개, 3위 한현희(키움)가 105개, 4위 김상수(SSG)가 102개로 진해수와 차이가 꽤 난다. 특히 정우람과 한현희는 각각 마무리투수와 선발투수로 뛰고 있어 당분간 진해수의 기록을 넘볼 만한 선수가 나오긴 쉽지 않을 전망.
오히려 역대 통산 기록 경신이 더 가깝다. 진해수는 735경기에 출전해 141홀드를 올려 통산 홀드 3위를 기록 중이다. 2위 권혁(781경기)의 159홀드까지는 18개가 남았다. 올해 좋은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한다면 통산 2위까지도 노려볼만하다. 1위 안지만(177홀드)과 진해수와의 기록 차이도 36개로 내년 정도면 기록 경신이 가능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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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재현 기자 |
예전 같은 1순위 셋업맨이나 불펜 에이스는 아니다. 하지만 위기 상황 LG 벤치에서 진해수를 계속 찾게 되는 건 그만큼 산전수전을 다 겪은 경험을 신뢰하기 때문. 또한 류지현 LG 감독은 오랜 기간 마운드 위에서의 모습 뿐만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의 진해수를 지켜보며 느꼈던 믿음이 있다.
9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8일 경기 6-3으로 앞선 6회 말 1사 1,2루 위기를 잘 막고 경기 승리를 지킨 진해수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류지현 감독은 “지난해는 김대유가 정말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가 나왔고, 진해수에게 의존도가 많지는 않았다. 시즌 초반이지만 현재는 김대유보다 진해수의 컨디션이 좋아서 역할을 바꿨다”며 지난해와 올해의 불펜 기용 차이를 설명한 이후 “진해수의 장점은 꾸준함이다. 아주 강렬한 퍼포먼스가 있진 않지만 자기 역할을 묵묵히 해주고 있다는 게 굉장히 좋은 모습”이라며 꾸준함을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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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영구 기자 |
류 감독은 “진해수는 팀에서 고참인데도 불구하고 훈련을 하는 태도나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이 젊은 선수보다 훈련량도 더 많고 시간 역시 더 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잠실 홈구장에서의 훈련 시간이 정해져 있으면 모두 마치고 나서 스스로 실내에 들어와서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 보더라인을 설정해놓고 10~15m 정도 되는 위치에서 네트스로우를 꾸준히 한다”고 덧붙였다.
류 감독이 놀란 것은 남들과 다른 방법으로 꾸준히 훈련하는 진해수의 모습에서였다. 류 감독은 “보통 네트스로우는 5m 정도 짧은 코스에서 근육의 기억과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서 하는데, 진해수는 그보다 몇 배는 더 긴 거리에서 꾸준히 그걸 계속 하고 있는 모습을 봤다”면서 “그 나이에도 꾸준하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그런 노력들이 뒷받침 된 결과고, 그래서 앞으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류 감독의 말대로 실내에서 네트에 공을 던지는 네트스로우는 주로 재활 초기 단계에서 투수들이 감각을 익히기 위해서 하는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하는 게 일반적이다. 또한 부상인 선수가 아닌 이상에선 훈련 세션에서 특별히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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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지현 감독의 취임식에 꽃다발을 전하고 있는 진해수. 두 사람은 오랜 기간 코칭스태프-감독과 선수로 LG에서 함께 했다. 사진=천정환 기자 |
류 감독은 “고참이면 편하려고 할 수도 있다. 야구계에 흔히 ‘투수가 런닝을 안 하면 야구를 그만둘 때가 됐다’는 그런 말이 있다”면서 “그런데 (반대로) 진해수는 여전히 런닝을 열심히 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준비를 열심히 한다. 그게 꾸준함의 비결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프로 커리어 대부분의 기간 진해수는 특별히 많은 주목을 받은 적이 없다. 오히려 꽤 오랜 기간 기량을 꽃 피우지 못하고 부정적인 별명으로 낙인 찍혀 있었다. 하지만 LG 유니폼을 입은 2015년부터는 그 묵묵한 노력의 결실을 하나둘씩 맛보며 뜨거운 만년(晩年)을 보내는 중이다.
류 감독이 진해수에게 감탄한 것은 아마도 그냥 단순한 노력이 아닐 터다. 진해수의 노력이 일종의 그릿(GRIT)인 걸 알기 때문이다. GRIT은 미국 심리학자 앤젤라 더크
담대함을 갖고 낙담하지 않으며 오랫동안 한 가지 일에 매달려온 끈기, 그 노력에 대한 헌사가 류 감독이 진해수에게 보낸 진심이었을 것 같다.
[광주=김원익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