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김현수(34)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다시 진화하고 있다. 프로 생활 내내 해온 노력과 고민은 올해도 여전하다. 야구에 대한 진심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올해 많은 대기록을 경신 중이지만, 관심사는 역시나 팀 승리와 우승 뿐이었다.
김현수는 8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 3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6회 역전 스리런 홈런을 때려내며 팀의 10-7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LG는 32승 1무 24패를 기록하고 3위를 지켰다. 승리를 이끈 일등 공신은 역전포를 날린 김현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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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김현수는 여전히 진화 중이다. 매일 노력하고 발전하는 이는 결코 나이들지 않는다. 사진=김영구 기자 |
이 홈런에 힘입어 LG는 5-3으로 경기를 역전시켰다. 또한 김현수 개인으로는 11호 홈런으로 공동 2위 그룹에 합류하는 동시에 역대 13번째 3100루타 고지를 밟는 장면이기도 했다.
경기 종료 후 만난 김현수는 “3100루타 기록은 몰랐다. 그냥 홈런 전 타석에서 땅볼로 갔던 게 타이밍은 괜찮다고 생각했어서 다음 타석 나가기 전부터 ‘뭐가 문제였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들어갔다. 마침 그 전 타석보다는 공이 높게 들어왔다”며 홈런 상황을 설명했다.
라인드라이브로 날아간 홈런은 빨랫줄 같은 빠른 궤적을 그리며 펜스를 넘어갔다. 완성도가 높은 홈런.
하지만 김현수는 “파울이 될까 봐 걱정 많이 하면서 그걸 지켜보고 있었다. 넘어갈 줄은 몰랐고 탄도가 낮아서 안으로 들어가는 페어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넘어갔다”면서 “공이 정말 잘 맞았고, 타이밍이 괜찮아서 좋은 타구가 나온 것 같다”며 홈런의 결과만큼이나 타구의 질에 대한 만족감을 내비쳤다.
KIA 선발 로니는 8일 경기 3회까지 퍼펙트 투구를 했다. 하지만 4회 이후 무너지며 최종 6실점을 기록했다. 상대한 김현수는 어떻게 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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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영구 기자 |
김현수 개인으로는 열흘도 채 못 되어서 2000안타와 3100루타라는 대기록을 연이어 달성했다. 하지만 그 순간의 반응 차이는 있었다.
지난 5월 31일 부산 롯데전에서 김현수는 1회와 3회 연타석 2루타를 때려낸 이후 7회 2타점 추격 적시타로 역대 16번째 2000안타 대기록을 새로 썼다. 하지만 팀이 지고 있었던 상황에 나온 안타였기에 특별히 기뻐하는 기색 없이 경기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후에도 김현수는 2000안타라는 대기록보단 팀 우승이 우선이라는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그 이유에 대해 김현수는 “팀이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해야 된다. 팀이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2000안타는 계속 출전하면서 쌓은 좋은 대기록이긴 하다”라면서도 “이기는 경기에서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지는 경기에서 나와서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3100루타도 지금 듣고 알았다. 모르고 있었다”며 승리에 대한 열망만을 드러냈다.
올해 만 34세의 나이. 하지만 김현수는 30홈런 100타점이 가능한 페이스로 순항 중이다. 홈런 부문 공동 2위-타점 4위-OPS 6위로 주요 성적에서 모두 고른 성적을 내고 있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가장 직구를 잘 치는 타자’라는 평을 받았던 김현수가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그 장점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 가장 놀랍다. 오히려 올해 장타 생산 능력은 지난해 보다 더 좋아졌다(21년 장타율 0.435->22년 장타율 0.524). 또 한번의 진화라고 표현해도 무방한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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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영구 기자 |
그리고 김현수는 조심스럽게 리빌딩과 관련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리빌딩을 할 라인의 선수는 아닌 것 같다. 지금 우리나라 선수들이 많이 젊어졌고, 구단들도 리빌딩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것 같은데 그건 선택의 이슈다. 선수들의 기량이 가장 떨어졌을 때 그렇게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는 것이라고 본다. 내가 어린 선수였을 때는 더 나이가 많은 선수가 뛰고 있었고, 훨씬 좋은 성적을 내기도 했다. 나는 아직 그렇게 나이가 많은 선수가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선수들의 결과보다 나이가 더 이슈가 되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이 담긴, 그리고 동시에 김현수 자신이 가진 자신감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리고 김현수의 그 말이 맞다. 좋아진 결과도 결과지만 올 시즌 김현수의 타구는 타구 속도가 빨라지고, 질도 함께 좋아졌다. 선수의 기량만 놓고보면 20대의 김현수나 30대의 김현수나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놀랍게도 김현수는 “그 부분도 겨울 스윙을 바꾼 게 가장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바꾼 폼이 아직 내 몸에 정확하게 장착이 되진 않았다. 그걸 정립해야하고 계속해 나가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아직 100%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걸 만들기 위해 계속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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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재현 기자 |
올해 김현수는 홈 성적(타율 0.227/ 1홈런 11타점)과 원정 성적(타율 0.363/ 10홈런 32타점)의 편차가 매우 큰 편이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가장 광활한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팀에서 뛰었고, 잠실구장 개인 통산 타율이 0.317, OPS가 0.877로 역대급 성적을 낸 김현수라서 더 특이한 기록이기도 하다.
그 기록을 김현수도 알고 있었다. 김현수는 “잠실 구장이 너무 커서 그럴까. 홈에서 잘 쳐야 하는데, 그게 좀 아쉽긴 하다. 이제 또 잠실에서 장타가 나오지 않을까. 내가 바란다고 되는건 아니지만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다”며 홈성적도 더 좋아지길 기대했다.
페넌트레이스의 3분의 1을 훌쩍 넘긴 시점 LG는 3위로 순항 중이다. 올해 많은 대기록 경신이 유력한 김현수지만 오로지 목표는 우승 뿐이다.
“이제 또 체력적으로 힘든 시기가 올텐데 그 때 관리를 잘해서 우리 선수들과 함께 계속 이길 수 있도록, 진짜 경기에서 이기는데만 집중해야 할 것 같다. 개인을 따지거나 의식하지 말고선수단 모두가 정말 이기려는 마음으로, 더는 (쉽게) 놓치는 경기가 나와선 안 된다.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께서 잘 이끌겠지만
미래와 희망을 독자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입장에서, 가끔은 선수 개인에게 거창한 목표를 듣길 바랄 때도 있다. 하지만 끝내 ‘노력’이란 단어 밖에 할 줄 모르는 김현수였다. ‘우승’이란 도전이 김현수에겐 여전히 가장 큰 목표라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광주=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