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언급조차 잘 되지 않는다. '슈퍼 루키'라는 칭호도 살짝 부끄러워졌다.
KIA 신인 내야수 김도영(19) 이야기다.
그러나 김도영은 여전히 팀이 필요로 하는 선수다. 이름 값 때문에 엔트리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가 필요하기 때문에 KIA도 엔트리 한 자리를 비워 놓고 있는 것이다.
↑ KIA 김도영이 안타를 친 뒤 덕아웃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출루율이 0.235에 불과하고 장타율은 타율이어도 모자랄 0.266다. OPS가 0.501로 초라한 수준이다.
그러나 김도영은 아직 1군 엔트리서 제외된 적이 없다. 꾸준히 1군과 동행하며 신인으로서 야구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일부에선 이름값으로 엔트리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 섞인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2군에 내려보내 프로로서 실전 감각을 키우는 것이 김도영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2군에서 꾸준히 경기에 나서다 보면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종국 KIA 감독은 모든 뒷 이야기들을 다 듣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김도영을 2군으로 보낼 때가 아니라는 것이 김 감독의 판단이다. 팀이 김도영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김도영을 상징성 탓에 1군에 데리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지금 우리 팀에 백업 자원으로 김도영이 필요하다. 김도영이 쓸 데가 있기 때문에 1군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지혁의 몸 상태가 완전치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언제든 류지혁을 대체할 자원이 나갈 준비가 돼 있어야 팀을 꾸릴 수 있다.
김 감독은 "류지혁이 100% 몸 상태가 아니다. 언제든 탈이 날 수 있다. 대안이 필요하다. 김규성도 쓸 수 있지만 김도영도 백업 자원 중 한 명으로 활용할 수 있다. 타격 능력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수비력과 주력은 프로야구 1군 레벨에 전혀 모자람이 없다. 주루 능력은 돋보일 정도다. 백업 자원으로 충분히 효용성이 있는 선수"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무제한 1군에 두겠다는 뜻은 아니다. 류지혁의 몸 상태가 회복되고 백업 자원에 여유가 생기면 2군으로 내릴 생각도 갖고 있다.
김 감독은 "언제든 2군으로 내려 보내 실전 감각을 쌓게 할 수 있다. 전제 조건은 팀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백업 요원으로서도 자리가 없으면 2군으로 내려 보낼 것이다. 지금은 때와 상황을 보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김도영이 '제 2의 이종범'이라는 평가와는 달리 타격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이범호 KIA 타격 코치는 "호크 아이로 정밀 분석을 한 결과 김도영이 시범 경기 때 보여줬던 좋은 타격 메커니즘이 지금도 변함 없이 유지되고 잇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술적인 문제는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시범 경기 때 잘 치던 공이 안 오고 안 치던 공을 따라 다니며 안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 많은 관중 속에서 야구한 경험이 거의 없는 선수다. 수비에 대한 부담은 크게 느끼지 않는데 관중에 대한 어려움은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너무 잘하려다보니 잘 안 풀리고 있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큰 결함이 발견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훈련하며 믿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정후나 강백호가 처음부터 잘 해서 그렇지 고졸 신인이 입단 하자마자 타격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한동희나 노시환 등도 적응기를 거쳐야 했었다. 김도영도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보면 될 듯 하다. 분명한 건 지금부터라도 터질 수 있는 좋은 메커니즘을 가진 선수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KIA가 상징성 탓에 김도영을 2군으로
지금은 침묵하고 참고 기다려줘야 할 때다. 대형 선수는 말 몇 마디로 손 쉽게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