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가 이정후만 못하다고?" 스카우트는 왜 본심을 털어 놨을까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 사이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쓴 소리였기 때문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의사 결정권자는 아니다. 그들이 올린 리포트를 근거로 추후 필요할 때 결정권을 쥔 인사가 한국을 찾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다보니 선수에 대한 평가가 박하지 않다. 가급적이면 좋은 얘기를 들려주려 한다. 약점 보다는 장점을 부각시켜 장래성을 보고 있음을 드러낸다.

↑ 강백호가 성장이 정체 됐다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평가를 받았다. 공.수에 걸쳐 더 크게 발전할 필요가 있다는 쓴소리였다. 해답은 강백호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렸다. 사진=천정환 기자

그러나 6일 MK스포츠와 만난 메이저리그 동부 지구 팀 아시아 총괄 스카우트 A는 한 선수에 대해 유독 박한 평가를 내렸다. 이례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공개하기까지 했다. 생각은 하고 있어도 좀처럼 말로 하지 않던 것들을 이야기 했다.
'야구 천재' 강백호(23)에 관한 것이었다.
스카우트 A는 "강백호의 파워를 인정한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는 파워 스윙을 하는 선수다.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상적인 파워를 지닌 선수인 것이 분명하다"고 칭찬을 먼저 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음을 함께 밝혔다.
스카우트 A는 "강백호는 1루수로서 좀 더 수비력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메이저리그 1루는 거포들의 전쟁터다. 그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지금 보다 공.수에서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백호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파워 히터지만 그 정도 파워는 메이저리그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될 것이다. 메이저리그를 목표로 한다면 수비력을 더 키우고 공격에서도 발전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냉정하게 판단해 메이저리그에선 이정후 레벨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백호가 성장을 멈춘 상태라는 점도 아프게 지적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고등학교 때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말 까지 햇다.
그는 왜 이렇게 솔직하게 강백호에 대한 평가를 외부에 알린 것일까. 좋은 얘기만 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저 스카우트의 시선으로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박한 평가의 이유를 묻자 스카우트 A는 본심을 털어 놓았다.
"강백호가 한국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막연한 목표가 아니라 보다 명확하게 메이저리그를 원하고 있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강백호가 이정후 레벨이 아니라고 한 것은 노력의 차이라고 보면 된다. 이정후는 끊임없이 발전을 위해 노력하지만 강백호에게는 그런 모습이 잘 안 보인다는 것이 솔직한 나의 생각이다. 강백호는 노력에 따라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선수다. 지금은 타율은 제법 높지만 홈런도 어중간하고 타점 생산 능력도 평범한 A급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밖에 없다. 홈런을 비약적으로 늘리던지 타율을 더 끌어 올리겠다는 욕심을 보여야 한다.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러선 안된다. 냉정하게 봤을 때 강백호의 성장은 눈에 띌 정도는 아니다. 한국에선 최고의 자리에 있지만 메이저리그로 가면 처절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강백호급 파워를 지닌 1루수는 많다. 수비가 더 빼어나거나 파워에서 보다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한국에서 1등이 아니라 세계적인 무대에서 최고가 되려는 욕심을 내줬으면 좋겠다. 그것이 굳이 내가 강백호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털어 놓은 이유"라고 답했다.
강백호와 일면식도 없는 스카우트 A다. 그저 여러 선수 중 한 명으로 지나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진심으로 강백호의 성장을 바라고 있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선수이기에 더욱 안타까움을 크게 갖고 있었다.
그의 바람이 강백호에게 전달이 될 수 있을까. 강백호 입장에서도 분명 한 번쯤은 아프게 고민해봐야 할 쓴소리였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