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손흥민(토트넘)의 시대에 살고 있다.
2022년 6월 6일은 한국 축구 역사에 있어 의미 있는 날로 기억될 것이다. 바로 대표팀의 캡틴 손흥민이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에 가입하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이날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전에 선발 출전하면서 한국 남자 국내 선수 16번째로 센추리클럽 가입에 영광을 안았다. 2010년 12월 30일 시리아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손흥민은 이날 경기 전까지 99경기 31골의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센추리클럽 가입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기 위해 그 누구보다 종횡무진 뛰어다녔다. 전반에는 동료들에게 기회를 주며 어시스트에 중점을 뒀다면, 후반에는 달랐다. 어느 정도 욕심을 냈다. 당연히 선수라면 의미 있는 경기에서 자축포를 쏘아 올리고 싶을 것이다.
↑ 사진(대전월드컵경기장)=김영구 기자 |
경기 종료 후에는 손흥민의 센추리 클럽 가입 축하 행사가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기념 트로피와 꽃다발을 건넸다. 김민규 붉은악마 대전지부 회장은 사진 550장으로 만들어진 액자를 선물했고, 손흥민의 두 조카도 그라운드로 와 손흥민에게 꽃다발을 줬다. 마지막으로 손흥민은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과 승리의 기쁨, 센추리클럽 가입의 영광을 함께 했다.
경기 후 만난 손흥민은 "A매치 100번째 경기를 했는데 만약 지고 나서 축하를 받으면 불편했을 것 같았다. 잘 마무리하고, 운이 좋게 골까지 넣었다. 기쁜 마음으로 잘 마무리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제 국가대표 최다골(58골)을 가지고 있는 차범근 전 감독의 기록에 도전해야 되지 않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손흥민은 "물 흐르듯이 지나가다 보면 업적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업적을 너무 생각하고 따라가다 보면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그리고 차범근 감독님과 비교되는 거 자체가 감독님에게 죄송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칠레전은 손흥민 외에도 여러 선수들이 각자의 포지션에서 의미 있는 활약을 보냈다. 선제골 도움의 주인공 정우영(프라이부르크), 권경원(감바 오사카)과 중앙 수비를 지킨 정승현(김천상무) 등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다니는 게 손흥민 눈에도 팬들 눈에도 보였다. 손흥민은 동료들의 활약에 찬사를 보냈다.
"꼭 언급해야 할 선수들이 있다"라고 운을 뗀 손흥민은 "선수들이 가진 능력이 정말 많은데 못 보여줄 때가 있다. 승현이, (나)상호(FC서울), (김)문환(전북현대)이 등 브라질전에서 나온 선수들도 있고 못 나온 선수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말을 이어간 그는 "칠레전에서 선발로 출전해 항상 준비되어 있다는 자세를 보여준 것 같다. 이것만으로도 팀이 단단하다는 걸 보여준다. 모든 선수들이 필요하고 개개인의 능력이 좋다. 마음껏 기량을 펼친다면 나 역시 행복할 것 같다"라고 미소 지었다.
팬들을 향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손흥민은 경기 종료 후 천천히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 한 명, 한 명에게 손을 흔들었다. 헤어지는 게 못내 아쉬운 모습이었다.
↑ 사진(대전월드컵경기장)=김영구 기자 |
대기록 순간에도 손흥민은 소중한 기회를 얻기 위해 노력한 동료의 고생을 이야기했고, 또 10년이 넘는 시간 국가대표로 활약하면서 많은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자신의 기록이 더 빛나는 말과 행동을 보였을 수도 있
손흥민은 오는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파라과이전 준비에 들어간다.
[대전월드컵경기장=이정원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