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프로젝트는 전면 중단 됐다. 대신 당장 3번 포수로 쓸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KIA 포수 유망주 권혁경(20) 이야기다.
권혁경은 지난 해 입단한 고졸 2년차 포수다. 아직 주전을 맡기엔 모자람이 더 크다. 그러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2,3번 포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 번쯤 써 보고 싶은 의욕을 불러 일으키는 유망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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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가 당초 계획했던 권혁경의 군 입대 전략을 미루고 3번 포수로 활용하기로 했다. 올 여름 그에게도 기회가 올 것으로 보인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2할 대 중반에 머물던 타율은 어느 새 0.302까지 끌어 올렸다. 2개의 홈런과 9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출루율은 0.413으로 대단히 수준급이고 장타율도 0.491로 높은 편이다. OPS가 0.904로 특급 수준이다.
최근 10경기서는 무려 타율 0.421을 기록했다.
권혁경은 공격형 포수로 세몰이를 하고 있다. 아직 블로킹이나 캐칭에선 보완할 점이 있지만 KIA가 필요로하는 공격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유망주로 꼽힌다.
여기서 주목할 것이 한 가지 있다. 권혁경이 양준혁 MBC 스포츠+ 해설위원의 제자라는 점이다.
권혁경은 고교 2년생 시절 극심한 타격 슬럼프를 겪었다. 리그에서 1할대 타율에 그쳤다. 그 해 여름 방학 때 급하게 양준혁 위원을 찾아 온 이유였다.
양 위원은 단박에 권혁경의 재능을 알아봤다. 타격을 가르치는데 있어 이해가 대단히 빨랐다. 스펀지 처럼 양 위원의 이론을 흡수했다.
양 위원은 권혁경에게 거포 스윙을 알려줬다. 충분히 거포로 성장할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성과는 금방 나타났다. 권혁경은 가을 리그서 4할대 맹타를 쳤다. 3학년때도 내리 4할을 치다 마지막에 조금 주춤하며 0.395의 타율로 마지막 해를 보냈다.
권혁경이 KIA의 선택을 받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양준혁 위원은 MK스포츠와 인터뷰서 "권혁경은 거포 스윙이 장착된 선수다. KIA에 지명 됐을 때 '됐다' 싶었다. KIA에 꼭 필요한 유형의 선수였기 때문이다. KIA는 장타력 부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던 팀이었다. 권혁경이라면 그 부족함을 메워줄 수 있는 자원이다. 입단 이후에도 장타력으로 많은 분들의 눈길을 사로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 2군에서 꾸준히 기회를 얻으며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 타격을 제대로 배울 때 시작부터 거포 스윙을 장착했기 때문에 눈에 띌 수 있는 선수다. 꾸준히 기회를 부여 받는다면 오래지 않아 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2~3년 이내에 재능을 터트릴 수 있는 선수다. 3년 안에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다. 양의지와 같은 포수가 될 재능을 갖고 있다. 아직 포수로서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았겠지만 당분간은 타격 능력으로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방망이가 좋다. 다만 아직 멘탈이 조금 약한 것이 흠이지만 충분한 경험을 쌓는다면 그 부분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권혁경은 지난 해 1군에 데뷔해 타율 0.222를 기록한 바 있다. 기회는 5경기에 불과했다.
KIA는 박동원을 트레이드로 영입하며 공격형 포수에 대한 갈증을 풀었다. 박동원이 공격력 부문에서 다소 슬럼프를 겪고는 있지만 그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크다.
KIA 구단은 당초 권혁경에게 군 입대를 권유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박동원이 영입되며 오히려 계획이 바뀌었다. 팀 포수진의 공격적인 성향을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권혁경에게 박동원-한승택 다음인 3번 포수를 맡겨 공격적인 흐름을 이어간다는 쪽으로 프로젝트가 수정됐다.
아직은 박동원과 한승택 체제가 공고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여름 체력 승부가 오면 3번 포수에 대한 수요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그 때 KIA가 가장 먼저 꺼내들 수 있는 카드가 바로 권혁경이다.
올 여름이 가기 전
권혁경이 이번에는 자신에게 찾아 오게 될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을까. 팀과 권혁경에게 모두 중요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