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기, 한 경기 ‘하루살이’라는 생각으로 한다. 매일 오늘만 보고 산다.”
KIA 타이거즈의 황대인은 리그 타점 2위(44타점) 거포 해결사로 거듭났다. 하지만 황대인에게 매 경기는 마치 하루살이 같은 심경으로 대해야 할 거대한 도전 같았다. 여전히 매 순간이 배가 고픈 갈증 같은 그다.
KIA의 새로운 4번 타자 황대인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2일 경기 전 현재 44타점으로 지난해 기록한 개인 최다 타점(45타점) 기록까진 단 1타점이 남았다. 나아가 현재 페이스는 산술적으론 100타점을 넘어 120~130타점까지 기록할 수 있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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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잠실 서울)=김원익 기자 |
KIA의 마지막 타점왕은 2009년의 김상현이다. 아직 이른 시점이지만 황대인이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타점 타이틀을 들어올리는 것도 결코 꿈만은 아니다. 그러나 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만난 황대인은 이런 평가에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모든 것이 이르다. 그저 매 순간, 그리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지금 그의 유일한 목표다.
확연히 달라진 4월과 5월 차이에 대해 황대인은 “그전까진 이렇게 계속 출전하는 선수가 아니다보니 결과를 내야 해서 장타보다 컨택트 위주로 경기를 이해했는데 올해 들어서 감독님이나 코치님들이 편하게 이야기해주고 ‘자신있게 돌리라’고 계속 주문을 하셔서 마음이 편해져서 내 스윙을 했던 것 같다”며 심리적인 안정이 선전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황대인은 “4월에는 안 좋아서 고민도 많이 하고 심적으로도 좀 안 좋았었는데 5월 들어 타점을 많이 올리게 된 이유는 앞에 워낙 좋은 선배님들이 많이 출루 해주셔서 그냥 숟가락을 얹은 것 같다”며 겸손하게 손을 내저었다.
리그 최고의 타자 가운데 한 명인 3번 나성범, 그리고 5월 가장 뜨거웠던 외국인 타자 5번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잇는 4번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자 황대인은 “샌드위치 사이에 있는 햄 같다”며 스스로의 위치에 대해 몸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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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천정환 기자 |
4월 타점 상황을 많이 놓치며 자책감이 컸다. 하지만 5월에는 생각을 바꿨다. 오히려 기회라는 생각을 더 많이 했다. 황대인은 “시즌 전부터 내가 가장 욕심을 냈던 게 타점이었다. 비시즌 때부터 이미지 트레이닝도 많이 하고 어떤 상황이 왔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겠다는 상황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4월 좋지 않았던 게 오히려 경험으로 쌓였던 것 같다”고 했다.
또 그는 “시즌 전부터 계속 생각하고 말했던 목표가 80타점이었다. 또 솔직히 목표보단 지금 한 경기 한 경기를 하루살이 같이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어째서일까. 황대인은 “오늘만 보고, 또 오늘 경기가 끝나면 다음의 오늘 경기를 딱 보고, 그런 마음으로 하려고 한다”고 했다. 오늘만 살기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게 황대인의 생각이다.
입단 이후 내내 이어진 ‘우타 거포 유망주’라는 수식어는 부담이 되진 않았을까. 황대인은 “내가 잘해왔던 선수가 아니었고 솔직히 맨 밑에서부터 그냥 계속 시작을 하고 있는 거였기 때문에 그런 부담감은 없었던 것 같다”면서 “내가 이젠 조금은 잘 해야 할 나이도 됐고 그러다보니 그런면에서 느끼는 압박은 있었을지 몰라도 부담은 없었다”고 했다.
KIA 레전드 출신의 이범호 타격코치와 최희섭 타격코치는 “황대인이 KIA의 미래를 책임질 우타거포가 될 것”이라며 확신을 가진 믿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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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영구 기자 |
함께하는 동료가 있어서 더 힘이 난다. 뒷타순인 5번에 서고 있는 소크라테스와의 케미가 물이 올랐다. 최근엔 이름 앞글자를 따서 ‘황소 듀오’라는 별명도 붙었다. 1일 경기 전 나란히 진행된 인터뷰에서 소크라테스는 황대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깜짝 사랑 고백’을 전하기도 했다.
“나는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능청스럽게 말을 꺼낸 황대인은 5월 31일 더그아웃에서 포착된 소크라테스 머리 뽀뽀 사건에 대해서도 진상을 전했다. 황대인은 “중요한 순간에 해주니까 너무 기특하고 예뻐 보였다”면서도 “그걸 해야 또 안타를 치니까 둘이서 하는 세리머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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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천정환 기자 |
농담을 섞어 전한 진심
[잠실(서울)=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