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KIA 타이거즈에 역전 패배한 그 순간에도 정수빈(32)의 공수 활약은 그래도 빛났다.
두산은 5월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정규시즌 KIA와의 홈 시리즈 1차전에서 10-13으로 역전 패배했다. 한때 4회까지 5-0으로 앞섰지만 5월 최고의 화력을 자랑하는 타이거즈 타선에 결국 마운드가 무너졌다. 그래도 정수빈의 활약은 눈부셨다. 공격과 수비, 나무랄 데가 없었다.
정수빈은 이날 7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 3타수 3안타 2득점으로 분전했다. 선제 솔로 홈런 및 3타점을 기록한 허경민과 함께 두산 타선에서 가장 돋보이는 존재였다.
↑ 두산 정수빈(32)이 점점 살아나고 있다. 지난 5월 31일 잠실 KIA전에선 3안타를 쳤다. 사진=천정환 기자 |
KIA전에서도 정수빈의 수비 능력은 빛났다. 2회 1사 1루 상황에서 이창진을 플라이 아웃으로 처리한 건 앞서 언급한 모든 것을 설명하는 장면이었다. 판단이 조금만 늦었어도 1루 주자가 충분히 홈플레이트를 밟을 수 있을 정도의 타구였다. 그러나 정수빈은 전력 질주해 미리 공을 잡아내며 실점 위기를 막았다.
수비만으로도 이미 제 역할을 다 해내는데 방망이도 괜찮다. 지난 5월 25일 한화 이글스전을 시작으로 연속 안타 경기를 만들어 낸 정수빈은 최근 타격 감각이 나쁘지 않다. 특히 26일 3안타 경기 후 얼마 되지 않아 다시 3안타를 기록하며 뜨거운 방망이를 자랑했다.
정수빈은 2회 무사 1, 2루 상황에서 희생 번트가 야수 선택으로 이어져 만루 기회를 만들었다. 4회, 6회에는 공격의 시발점으로서 판을 깔아줬지만 후속 타자들이 기회를 놓쳤다. 9회 2루타를 때려내며 추격의 신호탄을 쏘기도 했다. 비록 동점 및 역전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턱밑까지 쫓는 추격전의 시작을 알렸다. 모든 타석에서 출루하며 제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정수빈의 유일한 약점인 타격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건 선수 본인에게는 희소식이다. 눈에 엄청나게 드러날 정도는 아니지만 결코 좋지 않았던 4월에 비해 5월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4월 타율 0.229 출루율 0.276 장타율 0.300을 기록한 정수빈은 5월 타율 0.259 출루율 0.318 장타율 0.296으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물론 정수빈의 공격력이 지금보다는 더 좋아져야 한다. 두산에는 능력 있는 젊은 외야수가 많다. 특히 부상을 털고 돌아온 김인태, 정수빈이 헤매고 있을 때 테이블 세터진을 도맡은 안권수와 조수행 등이 있다. 3명의 선수가 정수빈만큼의 수비 지배력이 있는지는 확실히 보기 어렵지만 모두 공격력을 갖춘 선수들이다. 특히 김인태는 김태형 두산 감독이 “공격력은 확실히 좋다”고 칭찬한 선수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수빈의 최근 활약은 분명 고무적이다.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공격까지 살아나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잠실(서울)=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