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야구 이야기다. A팀에 레전드급 성적을 찍은 슈퍼 스타가 있었다.
그런데 그에겐 약점이 하나 있었다. 고질적인 부상이 있었다. 증상이 심한 날에는 경기 출장을 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경기에 나설 수 없는 날들이 있었다고 외부에 알려졌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안 좋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 선수가 특정 투수들을 피하기 위해 부상을 팡계 삼는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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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지환(오른쪽)이 득점에 성공한 뒤 김현수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LG 김현수는 현재 슬럼프에 빠져 있다. 개인 통산 2000안타를 눈 앞에 두고 갑자기 부진을 겪고 있다.
최근 10경기 타율이 0.184에 그치고 있다. 당연하게 여겼던 3할 타율도 무너졌다. 30일 현재 타율이 0.295로 내려 앉았다.
한 번쯤 쉬어가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템포 정도 쉬어 가면 잃었던 감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현수는 쉬어 가지 않는다. 전경기에 출장하며 계속 치고 또 치고 있다. 안 맞기 시작한지 꽤 됐다. 스트레스가 심할 법도 하다. 그러나 김현수의 입에서는 쉬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팀의 선참으로서 책임감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이호준 LG 타격 코치는 "우리 팀 베테랑들은 쉬어 간다는 말을 할 줄 모르는 것 같다. 너무 안 좋고 상대 투수가 강하면 부상을 핑계로 하루쯤 빠지는 것도 생각해 볼 만 하다. 핑계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어디 부러지기 전에는 경기에 나가려고 한다. "한 번 쉬어 줄까?"라고 물으면 언제다 "아닙니다. 할 수 있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온다. 분명 핑계대고 쉬고 싶을 것 같은 날도 늘 출장을 준비한다. 대표적인 선수가 김현수와 오지환이다. 자연스럽게 후배들도 따라오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다. LG는 이제 쉽게 무너지는 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팀 분위기가 모두 한 번 해보자는 의지가 강하다. 김현수 오지환 등의 책임감이 만든 새로운 문화"라고 말했다.
앞에 설명한 레전드 처럼 핑계 삼기 위한 부상은 곁에서 먼저 알기 마련이다. 너무 잦으면 그 레전드처럼 추락하겠지만 가끔은 알면서도 모른 척 넘어가줘야 할 때도 있다.
힘들 때 한 번쯤 쉬어가는 것이 꼭 나쁜 일이라고만 할 수도 없다.
하지만 LG에선 점차 그런 선수가 사라져가고 있다. 팀을 이끄는 선참들이 만든 문화가 팀 전체로 퍼져가고 있다. 팀 워크라는 측면에서 큰 플러스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이 코치는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일수록 부상 위험이 높다. 잔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선수들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어지간해선 경기에 빠지려 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있는 힘을 다하겠다는 분위기가 팀 내에 형성 돼 있다. 김현수는 대기록을 앞두고 마음이 급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티 내지 않고 묵묵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해내려 노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