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할을 넘어서 기쁘고 좋다. 후회가 안 남게 열심히 하겠다.”
리그에서 홀로 정상에 남았다. 각 팀이 약 50경기씩을 치른 현재, 마의 영역인 타율 4할 이상을 기록 중인 타자는 삼성 라이온즈의 호세 피렐라(32) 뿐이다. 그가 아니면 올해 전반기 안에 새로운 도전자가 나오긴 쉽지 않아 보인다. 피렐라 또한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피렐라는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LG트윈스와의 정규시즌 경기 2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 2득점 2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8-4 승리와 5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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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렐라가 타율 4할 고지를 다시 밟았다. 마의 영역을 넘보는 그의 도전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김영구 기자 |
지난 4월 15일 시즌 처음으로 넘어섰던 당시 기록인 0.408보다 더 높은 개인 시즌 최고 타율이다. 또한 피렐라는 지난 7일 롯데전(0.403)이후 22일 만에 다시 4할에 복귀했다. 개인으로는 46경기 째이며, 삼성의 49번째 경기서 다시 점령한 타율 4할이다.
이미 6월이 가까워진 시점에 시즌 최고 타율을 기록하며 펄펄 끓고 있는 피렐라의 현재 마음은 어떨까.
29일 경기 종료 후 만난 피렐라는 “4할이라는 기록을 시즌 끝까지 유지하기는 힘들 수 있겠지만 그래도 4할을 넘어서 기쁘고 좋다”라며 다시 미증유의 기록에 닿은 기쁨을 전했다.
그만큼 타자들에겐 남다른 의미가 있고, 불가능에 가깝다고 알려진 것이 타율 4할이란 마의 영역이다. 사실상 현대야구에서 타율 4할은 허락된 적이 없는 기록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고(最古)의 역사와 함께 전 세계 최고(最高)라는 평가를 받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도 마지막 타율 4할은 1941년의 테드 윌리엄스(보스턴)의 타율 0.406 이후 대가 끊겼다. 약 8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타율 4할을 밟은 이가 없다.
1936년 공식 출범한 일본 프로야구 역시 86년 역사에서 아직 단 1명의 4할 타율 타자를 배출한 적이 없다. 일본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랜디 바스(한신)가 1986년 기록한 타율 0.389가 최고 기록이다. 현역 시절 ‘타격의 신’으로 불렸던 스즈키 이치로의 일본 프로야구 최고 기록도 2000년(오릭스) 0.38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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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잠실 서울)=천정환 기자 |
프로야구 원년이었던 1982년 MBC 청룡의 감독 겸 선수였던 백인천이 타율 0.412를 기록하며 한 차례 4할 고지를 밟은 바 있다. 하지만 당시 KBO리그는 80경기로 치러진 ‘미니리그’였고, 백인천은 그 가운데 72경기만을 치러 150타수 103안타라는 성적을 올렸다.
실업리그를 바탕으로 프로가 태동한 원년이었고 시스템도 미비한 당시였다. 팀과 선수 간 경기력 편차가 컸고 심판 행정과 경기 운영도 미비했기에 가능한 기록이기도 하다. 기록으론 남아 있지만 ‘예외적인 기록’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실제 한국 프로야구가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은 이후 40년 간 타율 4할은 다시 한 차례도 다시 나오지 않았다.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단일 시즌을 보낸 이종범(해태)이 1994년 타율 0.393을 기록한 것이 실질적인 KBO리그 시즌 최고 타율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가장 최근 4할 타율에 도전했던 타자는 2021년의 강백호(kt)다. 강백호는 팀의 74경기까지 타율 4할을 유지했다. 2012년 김태균(한화)의 89경기와 2014년 이재원(SK)의 75경기에 이은 2000년대 이후 3번째로 긴 최장 경기 타율 4할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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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잠실 서울)=천정환 기자 |
하지만 피렐라가 아니면 사실상 올해 타율 4할에 도전할 만한 후보가 나오기 힘들어 보인다. 부문 2위 이대호(롯데)가 기록 중인 타율이 0.352로 피렐라와는 5푼7리나 차이가 난다. 피렐라와 비슷한 페이스의 타자도 현재로선 없다. 2022시즌 피렐라가 타율 4할에 도전할 유일한 후보라는 뜻이다.
피렐라의 긍정 에너지와 마음가짐도 남다르다. 피렐라는 개인 기록 뿐만 아니라 삼성의 가을야구와 좋은 성적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겠단 각오다.
타율 4할 기록과 부상 복귀 이후 살아난 타격감에
피렐라의 말처럼 한 타석, 한 타석에서 기록한 안타들이 쌓여 결국 대기록이 된다. 마의 영역에 도전하며 프로야구 40년 역사를 넘보는 피렐라의 도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서울(잠실)=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