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에 낭만이 없다고 누가 그랬던가. 14시즌 동안 한 팀에만 머물렀던 정영삼(38)이 정든 코트와 작별 인사를 나눴다. 프랜차이즈 스타, 원 클럽맨 등 이제는 찾기 힘든 이 판의 낭만을 되찾아준 그가 멋지게 은퇴했다.
정영삼은 2021-22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황금 드래프트’로 불린 2007 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 전체 4순위로 인천 전자랜드에 지명된 후 단 한 번도 이적하지 않고 14시즌을 치렀다. 인천, 그리고 전자랜드를 떠올릴 때 정영삼은 유도훈 한국가스공사 감독과 함께 언급될 상징적인 인물이다.
14시즌 동안 600경기에 출전, 평균 10.8점 1.7리바운드 2.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600경기 출전은 KBL 통산 17호. 2020-21시즌 정규리그 시상식에선 이성구 페어플레이상을 받았는데 이는 심판부가 선정하는 상으로서 그만큼 정영삼이 코트 위에서 얼마나 모범적이었는지를 알 수 있는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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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삼(38)이 14시즌을 소화한 정든 코트를 떠난다. 사진=KBL 제공 |
비록 커리어 내내 우승 반지를 얻지는 못했지만 정영삼은 충분히 행복했다고 말했다. 힘든 일도 많았고 또 웃을 일도 많았지만 가장 뜻깊은 건 바로 하나의 구단에서 시작과 끝을 함께했다는 것이었다.
정영삼은 “우승 빼고 선수로서 겪을 수 있는 일은 다 겪은 것 같다. 희로애락이 가득했던 선수 시절이었기에 나는 그 누구보다 행복했다. 원 클럽맨, 프랜차이즈 선수로 남았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 한 팀에서 600경기를 뛰었다는 것도 그렇고. 정말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쉬지 않고 달려온 정영삼이기에 이제는 쉬고 싶었다. 그는 당분간 ‘농구’라는 단어를 잊고 한 여자의 남편으로, 또 두 아이의 아빠로서 살겠다고 한다.
정영삼은 “지금부터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쉬고 싶다. 아이들의 아빠로 열심히 살아야 할 때가 왔다(웃음). 찬윤이가 농구를 하고 있어서 저번에 지방에도 한 번 내려갔다 왔다. 또 아내와도 시간을 보내야 한다”며 “은퇴 결심한 뒤에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다. 운동 선수였다 보니 시간에 대한 압박감이 컸다. 이제는 마음 편히 쉬고 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지금이 정말 행복하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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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삼(38)은 한때 KBL 최고의 슬래셔였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그는 대표팀의 가장 날카로운 창이었다. 사진=KBL 제공 |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코트 위에서 뜨거운 열정과 승리 의지를 보였던 한 남자가 농구장을 떠난다. 평가는 엇갈릴 수도 있다. 우승 반지가 차지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