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한국 농구 대표팀이 오는 6월 17일, 18일 안양서 필리핀과 평가전을 갖는다. 우리에게는 단순 평가전 성격이 강하지만 필리핀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패배는 곧 좌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지금 필리핀의 사정이 좋지 않다.
필리핀은 지난 5월 중순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021 동남아시안게임 농구 결승전에서 81-85로 패하며 인도네시아에 금메달을 빼앗겼다. 필리핀 농구계는 물론 현지 언론까지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필리핀은 동남아시아 농구에선 미국과도 같은 존재였다. 1991년 이후 단 한 번도 정상을 빼앗긴 적이 없다. 1977년 초대 대회 이후 필리핀이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건 단 3번. 그중 1번이 이번 인도네시아전 패배로 인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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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농구 세대교체의 핵심은 서디 라베나(26)다. 사진=FIBA 제공 |
이에 알 판릴리오 필리핀농구협회 회장은 「인콰이어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상을 되찾을 것”이라며 “은메달이란 결과에 팬들이 실망했을 것을 잘 알고 있다.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현지 언론은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어낸 이들을 용서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한국과의 평가전 소식이 빠르게 전달되지 않자 이 또한 비판을 받고 있다. 여러 필리핀 매체가 한국 언론을 통해 평가전 소식을 접했을 정도. 농구가 국기인 필리핀은 항상 한국보다 더 빠르고 풍부하게 소식을 전해왔다. 이에 한 현지 언론은 “필리핀농구협회가 무엇을 하려는지 모르겠다. 미스터리하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한 가지 불편한 사실은 필리핀이 한국과의 평가전을 분위기 반전의 계기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전력상 열세임에도 한국을 상대로 2전 전승을 거둔 좋은 기억이 있다. 만약 이번에도 한국이 패한다면 필리핀의 기를 살려주는 꼴이 된다. 상대적으로 준비 기간이 짧고 이승현(발목), 이현중(NBA 도전)이 합류하기 힘든 한국 입장에선 오히려 부담이 큰 상황이다. 심지
한편 필리핀은 이번 평가전, 그리고 농구월드컵 아시아 예선 2라운드, 아시아컵 등 이어지는 일정을 곧 정해질 대표팀 선수들로 소화할 계획이다. 전과 같이 대학 선수들을 대거 포함시킬 계획이며 중심은 자국 리그 및 일본에서 뛴 선수들이 잡을 것으로 보인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