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쉽게 기 죽고 풀 죽는 팀 아니다. 팀 분위기가 달라졌다."
LG는 25일 현재 26승20패로 키움과 함께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한 때 1위도 넘보는 듯 했으나 키움에 2경기를 내리 패하며 오히려 2위 자리에 한 켠을 내줬다.
예전 같으면 LG 팀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법 한 시기다. 선수들이 1위에 대한 부담으로 지나치게 긴장을 하고 있다거나 키움의 기세에 기가 눌렸다고 수근대는 소리가 들려왔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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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오지환이 12일 잠실 한화전 1회말 역전 투런 홈런을 때린 후 김현수와 세레모니하고 있다. 사진(잠실 서울)=김영구 기자 |
LG의 팀 문화가 바뀌어 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일희일비 하지 않고 LG 야구를 꾸준히 해나가자는 분위기가 팀에 새롭게 자리 잡고 있다는 말이다.
LG 한 코치는 "그전 같으면 선수들이 기가 많이 죽어 분위기까지 가라앉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팀 분위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한 번 해보자는 의욕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몇 경기 부진하다고 해서 금방 기가 죽거나 부담을 느끼던 예전 문화와는 전혀 다른 팀이 돼 있다"고 말했다.
LG는 선수단이 유독 부담에 약했던 팀이다. 성적에 대한 부담은 늘 LG 야구의 발목을 잡아 왔다. 선수들 스스로 위축되고 쪼그라드는 야구를 했다.
LG 야구가 터프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얌전한 느낌을 줬던 것도 이런 분위기 탓이 컸다.
그러나 최근 LG 야구는 팀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좀 더 강인하고 단단한 팀으로 바뀌고 있다. 김현수를 중심으로 한 베테랑들이 새로운 팀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LG 코치는 "베테랑들이 워낙 잘해주고 있어 팀 분위기가 가라앉을 새가 없다. 김현수 채은성 등이 잘해주고 있고 유강남도 중간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앞에서 잘 끌어주니 젊은 선수들도 새로운 LG 문화에 적응해 가고 있다. 늘 희망적이고 밝은 팀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조금 위기가 왔다고 해서 기 죽거나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가 아니다"고 현재 LG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는 주장 오지환이 중요한 몫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팀 분위기를 강력하게 이끌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오지환이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크다. 일단 스스로 정말 열심히 한다. 그라운드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소진하는 플레이를 한다. 그러면서도 요령 한 번 부리지 않는다. 젊은 선수들이 배울 점이 정말 많은 선수다.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지환이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보니 후배들도 자연스럽게 따라가고 있다. LG가 도련님 야구를 한다는 건 이제 옛날 얘기다. 좀 더 거칠고 강력한 팀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선수들끼리 으?X으?X 하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긍정적으로 팀이 변해가고 있다. 어디가서 "이제 LG 쉽게 기 안 죽는다. 오지환이 있으니까"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지환이 주장으로 제 몫을 다해내며 김현수 홀로 이끌어가던 LG 팀 문화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실력과 인성이 모두 갖춰진 주장의 몫은 달라진 LG의 중심이 되고 있다.
LG가 마지막까지 정상권 성적을 낼 수 있을지는 아직
김현수가 이끌고 오지환이 뒤를 받히며 새로운 팀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LG는 이제 그리 만만한 팀이 아니다. 그것 만은 분명해 보인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