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겨울과 올 시즌 초반도 시끄럽게 지나갔다.
유일한 FA 박병호를 놓쳤고 주전 포수인 박동원은 또 현금이 낀 트레이드를 통해 KIA로 보냈다.
"이제 더 누굴 팔려고 하느냐?"는 원성이 쏟아졌다. 전력 보강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나마 100만 달러를 투자해 야시엘 푸이그를 잡은 것이 거의 유일한 투자였다.
↑ 키움 선수들이 경기에서 승리한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다.
키움은 승승 장구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의 흐름을 좌우할 스타 플레이어는 손으로 꼽을 정도지만 순위표는 정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키움은 25일 현재 26승20패로 LG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키움이 그냥 전력 누수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부상으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선수들도 많았다. 마무리 김태훈도 빠졌고 4번 후보였던 김웅빈도 긴 공백 끝에 최근에서야 돌아왔다.
겉에서 보기엔 최악의 상황만 반복되고 있지만 키움은 꿋꿋하게 잘 나가고 있다.
키움의 중심인 이정후는 "우리 팀이 약하다고 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 짜임새가 있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팀과 붙어도 크게 뒤지지 않는 전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키움을 얕보는 시선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지금으로선 그의 큰 소리에 군 소리를 할 수 없다.
감독으로 오랜 세월을 보낸 한 야구 원로는 "올 시즌 키움보다 낮은 성적을 내는 팀들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키움은 매년 선수가 빠져 나가고 부상 선수도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성적은 늘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키움의 행보에 숱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키움의 성적은 늘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되면 누가 키움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 선수 팔아 겨우 연명하는 팀이라고 손가락질 했지만 그런 팀이 오히려 더 잘 나가고 있다. 키움 보다 성적이 떨어지는 팀들은 크게 반성을 해야 한다. 결국 키움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만 증명해주는 꼴이 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새삼 홍원기 키움 감독의 용병술 또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골든 글러브 유격수를 2루수로 돌려 수비 안정을 꾀했고 선수가 빠져 비게 된 자리엔 과감하게 새 얼굴을 기용해 분위기를 바꿨다.
'똑딱이' 김혜성을 4번에 기용하는 파격도 주저하지 않았다.
불펜을 강화해 경기 중.후반의 안정감을 더한 것도 홍 감독의 작품이다. 마무리가 빠져나갔지만 전혀 큰 공백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불펜을 구축해 놓았다.
타율 30위 이내엔 딱 두 명(이정후, 김혜성)만 들어 있을 정도로 허약한 타선에 푸이그마저 제 몫을 못해주고 있지만 키움은 이기는데 필요한 점수는 따박따박 따내고 있다.
대단히 화려한 전술이나 전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에 충실한 야구는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시즌이 끝난다면 누구도 키움을 비난하기 어렵게 된다. 손가락질 받을 만한 행동을 했지만 그 이상의 성과를 내며 성적을 쌓았기 때문이다. 키움 밑에 있는 팀들이 강하게 반성을 해야 하는 이유다.
2022년
키움에 박수를 보내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 보다 못한 팀들을 비판해야 하는 것일까. 키움의 순위가 올라갈 수록 머릿속만 복잡해지고 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