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캐스터 세메냐 사진 / 사진=연합뉴스 |
'남성 호르몬 수치'와 관련해 세계육상연맹과 오랫동안 법정 공방을 벌여온 캐스터 세메냐(31·남아프리카공화국)가 "세계육상연맹이 오랫동안 나를 신체적, 정신적으로 억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24일(한국시간) 영국의 매체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미국 HBO에서 방영을 앞두고 있는 '세메냐 인터뷰'의 일부를 공개하며, 이와 같은 세메냐의 발언을 보도했습니다. 세메냐는 "세계육상연맹 관계자는 내게 '남성의 성기'가 있다고 믿었고, 그래서 나는 '내 나체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면서 "나는 여자로 태어난 2009년부터 계속해서 내가 여자라는 걸 증명해야만 했다"고 말했습니다.
세메냐는 2012 런던 올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육상 여자 800m 2연패를 달성했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3차례 800m 챔피언(2009년 베를린 대회, 2011년 대구 대회)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현재 세메냐는 주 종목인 800m 경기에 출전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세계육상연맹이 2016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일정 기준 이상이면 여자부 경기에 나설 수 없다는 규정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 육상연맹 규정은 근거가 부족하고 차별 논란이 있다"면서 규정 발효를 막았고, 세메냐는 극적으로 출전한 리우 올림픽 육상 여자 800m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세계육상연맹이 2018년 11월에 400m, 400m 허들, 800m, 1,500m, 1마일(1.62km) 여자부 경기 출전 기준을 테스토스테론 5n㏖/L 이하로 정함에 따라 세메냐는 또다시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일반 여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0.12∼1.79n㏖/L, 남성은 7.7∼29.4n㏖/L로, 구체적으로 공개된 바는 없지만 세메냐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7∼10n㏖/L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세메냐는 "나를 겨냥해 내 출전을 막으려는 규정"이라고 비판하며 CAS에 해당 규정을 제소했지만, 이번엔 CAS 역시 세계육상연맹의 손을 들어줬고 결국 세메냐는 2019년 도하 세계선수권대회와 지난해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한편 현재 세메냐는 유럽인권재판소로 무대를 옮겨 재판을 이어가고 있으며, 세메냐의 재판은 올해 안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