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미운 오리새끼가 아닌 백조다.
롯데 자이언츠의 우완투수 나균안은 한동안 팬들로부터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았다. 롯데의 10년을 책임질 ‘대형포수’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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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재현 기자 |
강민호라는 롯데 레전드 포수의 그늘은 너무 컸다. 공수에서 지독할 정도로 부진했던 ‘포수 나종덕’은 한동안 온갖 비판 속에 짊어진 짐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졌다.
반전의 계기는 스스로 찾았다. 2020시즌을 앞두고 투수 전향을 선택한 것이다. 그해 7월까지 포수와 투수를 겸업했고 이후엔 투수로 완전히 전향했다. 그즈음 이름도 나종덕에서 나균안으로 개명했다.
이름도 역할도 바뀌었지만 냉정한 시선은 여전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의 의심의 시선을 호의로 돌려놓은 건 나균안 스스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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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수 나종덕 시절 그는 부담감에 짓눌렸고 롯데 팬들로부터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았다. 사진=김재현 기자 |
나균안이 선발로 완전히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경기. 또 한 번의 변신(?)에 현장에서도 극찬이 쏟아졌다.
21일 만난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나균안이 20일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팀을 위해 QS를 기록했다”면서 “4연패 후 원정을 왔는데, 팀이 필요할 때 나균안이 한 단계 스탭 업(Step up)을 해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다”며 나균안의 투구를 극찬했다.
그러면서 서튼 감독은 “나균안이 던진 3개(포심, 포크, 슬라이더)의 구종 다 제구가 좋았고, 플레이트 양쪽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굉장히 효과적인 볼배합이었다”라고 20일 나균안의 투구를 구체적으로 칭찬한 이후 “나균안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하루다. 롱릴리프, 필승조, 선발까지 팀이 필요한 모습들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며 나균안의 다양한 쓰임새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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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재현 기자 |
나균안은 20일 경기뿐만 아니라 지난 4월 8일에도 두산을 상대로 경기 초반 무너진 이승헌을 구원해 5이닝 5피안타 10탈삼진 2실점을 기록한 바 있다.
김 감독 역시 “초반에 선발 안 좋을 때 나왔을 때도 거의 못 쳤다. 이번에도 그렇고 공이 굉장히 좋다”면서 “우리는 공략을 잘못하는 것 같다. 언뜻 보면 만만해 보이는 것 같지만 쉽지는 않다. 타자를 압도하는 건 아니지만 포크볼이 빠지거나 그런 공이 거의 없다”며 효율적인 나균안의 투구를 이례적일 정도로 긴 시간을 들여 칭찬했다.
이제 나균안에게 필요한 건 꾸준함과 선발로서의 지속성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균안이 롯데 선발의 한 축으로 자리 잡는다면, 수면 아래서 필사적으로 발을 휘저었던 그의 노력은 우아하고 화려한 날갯짓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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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영구 기자 |
[잠실(서울)=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