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최정, 케빈 크론. SSG 랜더스가 자랑하는 강타자들이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바로 두산 베어스의 입단 5년차 투수 정철원(23)의 묵직한 투구에 속절없이 등을 돌렸다.
두산은 지난 17일 잠실 SSG와의 주중 첫 경기에서 9-9로 승부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1-8까지 밀린 상황에서 9-9 동점을 만들고 끝냈다는 것만으로도 얻은 게 많다. 포수 마스크를 쓰고 뜨거운 방망이를 휘두른 김민혁, 7번까지 내려갔지만 3안타를 때려낸 호세 페르난데스, 여기에 정면 승부를 피하지 않고 오히려 이겨낸 구원투수 정철원의 활약은 무승부를 만든 핵심이었다.
정철원은 2018년 2차 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20순위로 두산에 지명된 장신 투수다. 192cm 95kg으로 체격부터 압도적이다. 여기에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가 돋보인다. 특히 이번 시즌에 데뷔한 투수라는 게 믿겨 지지 않을 정도로 배짱이 두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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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정철원(23)이 17일 SSG전 9회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처리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하이라이트는 10회였다. 선두 타자 추신수를 풀 카운트 승부 끝에 삼진으로 처리했다. 최지훈과의 승부에선 볼넷을 내줬지만 최정을 다시 삼진으로 물러나게 했다. 벤치 선택으로 한유섬을 고의 사구로 걸러낸 정철원은 2사 1, 2루 위기에서 크론을 깔끔하게 삼진으로 마무리했다.
데뷔 시즌인 만큼 아직은 덜 완성된 선수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원석이 좋아야 보석이 될 수 있듯 정철원의 구위와 배짱은 앞으로 두산의 마운드를 책임질 수 있을 정도의 가치를 지녔다. 특히 경기 내용이 타이트한 상황에서도 본인 투구를 자신 있게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차기 마무리 투수로서의 가치도 증명했다.
신인 투수를 좋은 투수로 만들어내는 건 코칭스태프의 몫이겠지만 그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재능과 배짱은 선수에게 있어야 한다. 정철원은 그걸 갖췄다. ‘칠 거면 쳐 봐라’처럼 보이는 정
두산의 ‘화수분 야구’는 올해도 그 명성이 대단함을 증명하고 있다. 이미 김인태, 안권수, 최승용, 박신지 등 때에 맞춰 보석과도 같은 원석들이 툭툭 튀어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정철원의 차례다.
[잠실(서울)=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