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의 선택은 또 옳았다. 이번 시즌 첫 출전한 김민혁(26)에 대한 믿음이 제대로 통했다.
두산은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정규시즌 SSG 랜더스와의 홈 시리즈 첫 경기에서 9-9로 승부를 내지 못했다. 이날 1-8까지 밀린 두산은 6회부터 타선이 폭발하며 9-9 동점을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내야수 김민혁이 포수가 되어 6이닝을 책임진 것이다. 놀라면 안 된다. 김민혁은 이날 이번 시즌 첫 출전이었다.
6회 SSG를 쫓던 두산이 큰 위기에 빠졌다. 박세혁과 박유연이 모두 뛸 수 없는 상황이었다. 포수 마스크를 쓸 사람이 없었다. 박세혁은 일찌감치 점수차가 벌어지자 더그아웃으로 들어갔고 기회를 받았던 박유연은 6회 이반 노바가 던진 볼에 왼쪽 손등을 맞아 부상 당했다. 김 감독은 이때 초-중 시절 포수 마스크를 썼던 김민혁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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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김민혁(26)이 17일 SSG전 8회 조수행의 희생 플라이로 득점에 성공한 뒤 활짝 웃고 있다. 사진(잠실 서울)=김재현 기자 |
김민혁의 이번 시즌 첫 출전, 그리고 포수 데뷔는 신선했다. 이미 점수차가 벌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저 하나의 볼거리 정도로만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김민혁이 블로킹 실패 후 튕겨 나간 볼을 찾지 못해 실점할 때만 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김민혁은 곧 정신을 차렸고 안정적으로 포수 역할을 수행했다. 부족함이 없었다. 그가 포수 마스크를 쓴 7회부터 연장 12회까지 단 1점만 내준 두산이었다. 연이어 등판한 구원투수들의 활약도 돋보였지만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보여진 김민혁의 대담함이 더 놀라웠다.
김민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코치님이 (포수를)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 그때 무조건 할 수 있다고 했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나가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포수는 힘든 포지션이다. 해야 할 역할이 많다. 특히 투수와의 단시간에 호흡을 맞추기 힘들다. 더군다나 김민혁은 포수가 아닌 내야수였다. 위기의 순간, 김민혁은 대담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투수에게 사인은 아무거나 낼 테니 던지고 싶은 걸 던지라고 했다”고 한다. 강심장이 아닌 이상 쉽게 보일 수 없는 배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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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김민혁(26)이 17일 SSG전 7회 프로 데뷔 첫 포수 마스크를 썼다. 사진(잠실 서울)=김재현 기자 |
김민혁은
김 감독의 선택을 받은 김민혁은 믿음에 부응하듯 펄펄 날았다. 쉽게 주어지지 않는 기회를 확실히 잡아낸 그가 남은 일정 동안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는 하루였다.
[잠실(서울)=민준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