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그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걸었던 것일까.
지난 해 2루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며 정상의 위치에 섰던 한화 정은원(22)이 좀처럼 부진에서 깨어날 줄 모르고 있다.
정은원은 16일 현재 타율 0.226 4홈런 14타점을 올리는데 그치고 있다. 지난 해의 화려한 성과는 온데 간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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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원이 눈 야구가 흔들리며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있다. 해답을 찾지 못하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특히 많은 볼넷으로 쌓은 출루율은 LG 홍창기와 함께 새로운 한국 야구의 트랜드도 떠오르기도 했다.
정은원은 지난 해 무려 105개의 볼넷을 얻어냈다. 출루율이 0.407이나 됐다. 타율은 0.283으로 아주 높지 않았지만 누구 보다 많이 베이스를 밟으며 출루 머신으로 통했다.
정은원의 나이에 그 처럼 침착하게 타석에서 공을 골라낸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은원의 성과가 누구 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던 이유다.
당시 A해설 위원은 "이제 정은원의 성적이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눈 야구에는 슬럼프가 없다. 자신만의 존이 확실히 정립이 됐기 때문에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스트라이크 존이 확대 되는데 지장이 없겠느냐?"는 질문에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볼이 될 볼은 볼이 된다. 정은원 처럼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이 확실한 선수들은 스트라이크 존이 조금 넓어진다 해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존에 안 들어온다 싶으면 안 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당하는 삼진 숫자는 몇 개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하기 까지 했다.
하지만 정은원은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스트라이크 존이 흔들리며 급격하게 볼넷이 줄었다.
정은원은 올 시즌 36경기 155타석서 16개의 볼넷을 얻어내는데 그치고 있다. 출루율은 고작 0.305를 기록하고 있다. 1년 새 출루율 1할이 날아가 버렸다.
스트라이크 존이 흔들리니 전체적인 성적이 하락하고 있다. 모든 것을 스트라이크 존 탓을 할 수는 없지만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이 정은원의 성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A팀 전력 분석 팀장은 "정은원이 자신의 타격 포인트를 완전히 잃은 느낌이다. 타이밍이 조금씩 빨라지고 있다. 원래도 면으로 치기 보다는 점으로 타격 포인트를 공략하는 스타일이었다. 맞는 면이 넓은 유형은 아니었다.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대응도 떨어졌다. 지난 해엔 스트라이크 존에서 조금 벗어나는 공에 거의 손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엔 조금 벗어나는 공에 손이 많이 나오고 있다. 스트라이크가 될 수 있다는 부담감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애매한 공에 대한 대처가 지난해엔 칼날같이 정확 했다면 올 시즌엔 흔들리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앞으로도 이 페이스라면 정은원의 성적이 상승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장기인 눈 야구가 살아나지 않으면 타자로서 정은원은 효용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정은원이 일단 벽에 부딪힌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답을 쉽게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인 듯 하다.
그러나 끝을 이야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새로운 존이 시작 되기 전 정은원은 대단히 놀라운 출루 능력을 보여줬다. 새로운 존에도 적응을 마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아직은 과도기라 말할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생각보다 시즌은 금방 지나간다. 아무런 대책 없이 스트라이크 존 탓만 하고 있다간 쏜살같이 시즌이 지나갈 수도 있다.
이제라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희망
정은원은 바닥까지 떨어진 자신의 눈 야구 이유를 찾아낼 수 있을까. 남은 시즌은 그 해답을 찾는데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